"폭염에도 마르지 않는 침수 상흔"…이재민들 밤잠 설친다 [밀착취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지난달 15일 집중호우로 충북 괴산댐이 넘치고 달천(목도강) 제방이 터지면서 상가와 주택 등이 침수된 괴산군 불정면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 덕에 가구와 가전제품, 벽지, 장판 등을 들어냈지만 도배와 장판을 비롯해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들여놔야 하는 데 폭염에도 침수 상흔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이재민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마을회관이나 친인척 집에서 잠을 자며 집을 정리하고 있다.

 

6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윤모씨가 기계를 청소하고 있다. 윤교근 기자

◆"폭염에도 습기가 마르지 않아" "대출금도 걱정"

 

6일 불정면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모(85)씨는 “생전 처음 이런 물난리를 겪었다”며 “더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달 15일 집이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진 이튿날에야 들른 집에선 허리까지 차오른 흙탕물의 흔적으로 아찔하기만 했다.

 

지금도 마을회관과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그는 “폭염으로 집 벽이나 바닥에 스며든 물기가 쉽게 삐질 줄 알았는데 보일러를 틀어도 습기가 마르지 않는다”며 “습기를 머금은 폭염으로 보일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벽이 축축해 도배와 장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불정면 시장에서 만난 윤모(46·여)씨는 방앗간을 운영한다.

 

그의 방앗간은 무릎까지 잠겼다.

 

기계가 침수돼 쓸고 닦기를 반복하고 있다.

 

일부 기계는 새로 들여야 하는 데 대출금도 걱정이다.

 

윤씨는 “피해를 본 기계 등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추석이 다가오는데 10월에 대출금을 받는다면 당장 지장이 있다”고도 했다.

 

6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 달천(목도강) 주변 농경지에 쌓인 나뭇가지 등 부유물 뒤로 임시제방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윤교근 기자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가" "자원봉사에 감사"

 

이 마을 농경지는 손을 대는 이가 거의 없었다.

 

밭에는 비닐이 제멋대로 나뒹굴었다.

 

물이 덮치면서 쓸려온 흙더미에 비닐이 묻혀 이를 제거하기도 어렵다.

 

나뭇가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제방은 임시공사가 한창이다.

 

6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 한 침수 주택 벽면에 습기가 마르지 않고 있다. 윤교근 기자

불정면 창산리에 사는 김모(63·여)씨는 “아직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가게에 있는 방에서 자고 있다”며 “도배와 장판을 하더라도 완전히 말라야 하므로 당분간은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싱크대와 가구, 가전제품 등을 새로 들여와야 하기에 다음달쯤 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공무원과 군인 그리고 자매결연을 한 다른 지역 봉사단체에서 살림살이를 다 꺼내고 씻어도 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달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괴산군은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공공시설은 수해복구를 마쳐간다.

 

이재민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폭염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괴산지역의 집중호우 피해는 240억원을 넘는다.

 

농경지도 900ha 넘게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