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의회가 이달 말 계획한 해외 크루즈 연수를 전면 취소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준비 부족 등으로 전 대원이 중도에 철수하는 등 파행이 벌이진 데 대한 국민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부안군의회는 10일 긴급 의원 회의를 열고 오는 30일로 계획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 해외연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의회 소속 전체 의원 10명은 사무국 공무원 4명을 대동하고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날 방침이었다.
군의회는 출장 계획서를 통해 이달 3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크루즈에 탑승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다음 달 1일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와 다음날인 2일 출국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일정을 마련했다. 경비는 크루즈 비용을 포함해 항공료·숙박비 등 총 4000여만원으로 전액 군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출장 목적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벤치마킹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안군이 타진 중인 크루즈항 조성 여건과 유치 실효성,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분석하고 연수 보고서를 만들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게 정책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부안군은 지난 2021년부터 마리나항만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북아 해양 레저·관광 중심지' 도약을 목표로 민간 자금 787억원을 들여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궁항에 마리나항만을 조성하고 격포항에는 크루즈 기항지를 만드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군의회 안팎에서는 해외 연수 시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자 결국 이를 포기했다. 군민 등 국민들은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해 정부가 고강도 감사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상황인 데도 이런 해외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게 제정신이냐”며 비난했다.
또 부안군이 이번 새만금 잼버리 개최와 연관 지어 이미 크루즈 운행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여러 국가로 크루즈 연수를 다녀와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군의회가 나서 같은 명분의 해외 일정을 강행하려는 게 적절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부안군은 앞서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라는 명목으로 두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2019년 10월 군 공무원 13명이 중국 상하이에서 최장 6박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했고, 2개월 뒤인 12월에는 다른 공무원 5명이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와 지룽(基隆) 크루즈터미널 등을 방문했다.
부안군의회는 잼버리 준비 소홀과 운영 미흡, 극심한 폭염, 태풍 등으로 국제 행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각종 감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대회가 원활히 마무리되고 스카우트와 지도자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사태 수습에 앞장서야 한다는 외부의 지적을 수용해 해외 연수를 포기했다.
한편, 전북도의회도 도의원 절반가량인 18명이 8·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오는 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 견학을 떠나려다가 다급히 취소했다. 방문 목적은 8·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에서 애국 의지를 다지고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함이었다.
견학을 주도한 의원은 “경북도의회에서 이번 광복절에 독도를 못 간다고 해 우리라도 가서 독도가 한국땅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하지만, 잼버리 사태 수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어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