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보건소장, 이태원 참사 당시 도착시간 허위 기재 직접 지시해”

보건소 직원, 최재원 소장 2차공판에 증인 참석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공전자기록위작·행사 혐의로 기소된 최 소장의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참사 이후 최 소장으로부터 용산구 보건소의 출동결과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은 박모 과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박 과장은 지난해 10월30일 오전 최 소장으로부터 보건소의 신속대응반의 참사 이후 활동을 보고서로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과장은 자신의 지시를 받고 담당 주무관이 작성한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를 출력해 최 소장에게 대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 소장은 박 과장에게 "도착 시간이 중요하지, 도착 시간을 넣어야지"라고 말한 뒤, 박 과장이 출력해 온 보고서 여백에 '보건소장은 참사 당일 23시30분에 개별적으로 현장에 도착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직접 적었다고 한다. 아울러 다른 신속대응반 직원들의 도착 시간도 대략적으로 명시할 것을 지시하는 문구도 적었다고 박 과장은 밝혔다.

 

박 과장은 "보통 (최 소장이 보고서에) 그렇게 적으면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했다"며 "퇴근 안 하고 있겠다고 얘기해서 즉시 수정해서 갖고 오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러한 지시사항을 다시 다른 직원에게 전달해 수정된 보고서 기안 작성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최 소장은 수정된 보고서를 보고 "이러면 됐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소장이 오후 11시30분에 개별적으로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담긴 해당 보고서는, 이후 용산구 보건소에서 작성된 다른 보고서에 활용됐다고 한다.

 

박 과장은 당시 최 소장의 실제 도착시간이 오후 11시30분이라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소장이 오후 11시30분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경찰에 막혀 현장으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직원들에게 들었고, 이후 최 소장이 회의에서 '경찰 통제에 막혀 못 갔다'는 취지의 말을 직접 했다고도 전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 5건을 작성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최 소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25분 자택에서 출발, 오후 11시54분에 용산구청 당직실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 용산구청에서 민방위복으로 환복한 뒤 신속대응반 직원들과 구급차를 타고 다음 날인 10월30일 오전 0시6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0분쯤 현장 인근까지 갔다가 경찰 통제로 더 이상 진압하지 못했고, 용산구청으로 가 민방위복을 입은 뒤 구급차를 타고 재차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 측은 지난 6월2일 진행된 1차 공판기일에서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