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이 당 지도부와 비주류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권에서 멀어진 이들이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지도부가 ‘리더십 흔들기’라며 맞대응하면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수도권에서 그렇게 위기가 아니라면 말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고 성적을 받아 보면 될 것 아닌가”라며 “선거까지 몇 달 안 남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안 어려운 척하는 건 그냥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했다.
오는 10월11일에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수도권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이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무공천 방침을 고민 중인데, 이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시험해 보자며 비꼰 것이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도 SBS라디오에서 “몇몇 지도부가 노력하면 될 것처럼, 인물만 잘 고르면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다소 부분적인 시각”이라며 “지도부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도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선전 중인 당 지지율 여론조사와 달리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위기론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연합뉴스·메트릭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각각 35.1%, 28.2%, 인천·경기에서 36.5%, 31.3%로 집계됐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인식을 묻는 조사에선 두 지역 모두 ‘정권견제론’(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이 ‘정권안정론’(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에선 정권안정론과 정권견제론이 각각 41%, 45.7%였고 인천·경기에선 각각 37.4%, 46.8%였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 무당층은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