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최고속 D램 검증 완료… 반도체 세대교체 예고

대용량 데이터 저전력 신속 처리
개발 7개월 만에 양산 과정 통과
동작속도 9.6Gbps… 세계 최고
대만 미디어텍 AP에 연내 탑재

SK하이닉스가 D램, 낸드플래시 개발 관련 잇따른 낭보로 메모리 반도체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모바일용 D램 ‘LPDDR5T’를 대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적용하기 위한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1월 LPDDR5T 개발 소식을 알린 지 7개월 만에 양산에 필요한 핵심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LPDDR은 스마트폰, 태블릿,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돼 저전력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출시한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으로, 동작 속도가 9.6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한다.



그간 업계에선 9.6Gbps는 다음 세대인 LPDDR6이 출시되는 2026년에나 구현 가능한 속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불과 지난해 말 해당 분야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LPDDR5X’로 세운 동작 속도 신기록이 8.5Gbps였다. 업계 관계자는 “1Gbps 차이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경우 초당 4기가바이트(GB)의 고화질 영화 2편을 더 처리할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텍은 연내 출시할 차세대 모바일 AP에 SK하이닉스의 LPDDR5T를 탑재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이에 발맞춰 연내 LPDDR5T 양산에 돌입하면, 기존 업계 예상 시기인 2026년보다 기술 수준을 최소 2년 이상 앞당기는 셈이다.

LPDDR5T는 규격명인 LPDDR5뒤에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터보’(Turbo)를 붙여 명명한 것으로, 현재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표준화 등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SK하이닉스는 LPDDR5T의 시장 공급이 본격화하면 내년부터 모바일용 D램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모바일 D램 시장은 과반(57.6%)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는 18.8%로 2위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 류성수 부사장은 “이번 성능 검증을 시작으로 제품 공급 범위를 넓혀 모바일용 D램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모바일 D램 시장의 메인스트림(주류 수요)이 7.5Gbps에 머물러 있어, LPDDR5T 양산이 곧바로 점유율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쌓는 낸드를 개발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이미 SK하이닉스가 양산 중인 238단 낸드도 현존 최고층인데, 300단대 낸드로 훌쩍 뛰어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산 중인 8세대 V낸드는 236단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을 열고 향후 메모리 반도체 전략을 공개한다.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201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테크 데이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차세대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개발 경과, 낸드 셀 적층 기술 현황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