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으로 총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조선은 또래 남성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마치 1인칭 슈팅(shooting) 게임을 하듯 피해자들을 잔혹하게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11일 피고인 조선을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 및 모욕죄로 구속기소했다.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약 18차례 찔러 살인한 뒤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이 약 2분간 110m 구간의 골목길에서 피해자들을 공격한 횟수의 합계는 총 40여 회에 이르렀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가벼운 뜀걸음이나 얼굴 뒷목, 옆구리 등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 타격하고 범행 시도 후 신속하게 재정비하고 새로운 타겟을 물색하는 등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며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을 느끼고 컴퓨터 게임을 하듯 공격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은 최근 8개월 동안 게임 플레이어가 1인칭 시점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 게임’에 빠져 있었고 타인을 공격해 살해하는 내용의 게임 영상을 장시간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아침에도 이 같은 영상을 시청했다.
검찰은 조선이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을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표출하며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은 대학과 취업, 결혼 등에 실패했다는 좌절감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을 작성하는 데 몰두했다.
조선은 범행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하고 오후 1시59분쯤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뒤 신림동까지 재차 택시를 무임 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선이 지난해 12월27일 인터넷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도 파악해 모욕 혐의도 적용했다.
조선은 과거에도 보험 사기, 흉기 상해 등 20회의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사건이 벌어지기 나흘 전인 지난달 17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과 관련해 모욕죄로 고소돼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발생 후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20대 남성 이모씨도 살인예비, 협박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요일날 신림역에서 한녀 20명 죽일거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신림역 인근을 방문하는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사시미칼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3월부터 약 5개월 동안 1700건 이상의 여성혐오 글을 게시한 것을 확인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한녀새끼들 죄다 묶어놓고 죽이고픔” “2분이면 한녀충 10마리 사냥가능” 등의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