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와타나베 노부유키/이규수 옮김/삼인/1만8000원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인 성노동자였다는 억지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2019년 한 논문에서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며 민간인 학살을 정당방위로 둔갑시켰다. 올해로 100주기가 되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한 그가 근거로 든 것은 당대의 신문 기사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2021년 2월 이 논문의 서평을 부탁받아 램지어 교수의 논거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책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 경험을 살려 관동대지진 직후 거리의 피난민에게 들은 소문, 철도 통신망을 통해 어설프게 전달된 정보, 군의 전언 등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마구 호외로 발행되었던 당시의 언론 상황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가짜 뉴스’가 때로는 의도치 않게, 때로는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했으며 이것이 어떻게 방치됐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한·일 양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선행 연구들이 조선인 학살을 부추긴 기사의 상당수가 오보였음을 규명했으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신문기자로서 그동안의 무지가 부끄럽다고 고백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