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의 구속과 관련, 신원보증 제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 측이 “대검찰청 예규상 신원보증 때문에 피의자가 애초 석방될 수 있었다”고 비판하자, 한 장관은 “사건과 무관한 사문화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적 근거가 없는 대검 예규가 버젓이 살아 있기에 롤스로이스남은 전관 변호사 보증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내용의 대검 예규는 사문화돼 적용 안 된 지 오래다.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왕자병”(박 의원) “음주운전 처벌을 받고도 계속 중요 공직에 나서는 걸 보면 음주 등 약물 상태 운전에 대해 관대하신 편”(한 장관) 등 인신공격성 설전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언급한 대검 예규는 2015년 12월 시행된 ‘불구속 피의자 신원보증에 관한 지침’이다. 불구속된 피의자가 향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피의자의 신원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에 한해 보증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사건 관련 법조계에는 대체로 구속 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신원보증서를 받은 것이지, 신원보증서를 받아서 석방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2020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만큼, 대검 예규와 경찰 수사는 관련이 없다는 논리다. 경찰도 관행에 따라 신원보증서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신모(28)씨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를 몰다가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사고 직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경찰은 체포 약 18시간 만에 석방했다. 신씨 변호인이 신원보증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경찰은 사고 직후 신씨를 교통사고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최고 법정형이 5년 이하 금고인 만큼 통상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 간이시약 검사에서 향정신성 약품이 검출됐지만, 경찰은 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구속된 피의자의 출석을 담보하고 소재 파악을 위해서 신원보증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며 “필요한 경우에만 신원보증을 받도록 대상을 명확히 해 경찰 내부적인 규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