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권 보호 강화·학생인권조례 개정, 속도 내야 할 때다

교육부가 어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교권 강화 종합대책의 시안을 공개했다. 교권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사 아동학대 조사 때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교사의 직위해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키로 했다. 또 가해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추가하고, 교권 침해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추진계획을 확정했다. 늦었지만 교권 보호를 위해 서둘러야 할 조치들이다.

학생 인권에 너무 치우친 학생인권조례 개정, 중대한 교권 침해 조치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시안에 담은 점은 바람직하다. 모든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으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도 적절한 조치다. 최근 공분을 산 교육부 사무관의 세종시 초등교사에 대한 갑질 사태를 봐도 해당 교사는 끙끙 앓다가 뒤늦게 폭로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교육부 대책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안에 담긴 내용이 대부분 법안 개정이 필요한 것인데 당시 대책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입법 상황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추진계획 내용은 구색갖추기 수준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붕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들끓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방해 금지,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 등 의무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추진 중인 ‘학생 인권과 교권이 균형 잡힌’ 학생인권조례와는 온도차가 크다. 교육계에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후 새로운 조례를 만드는 방법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학교가 붕괴되는 현실과 국민의 우려를 직시한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소극적으로 임해선 안 될 것이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수호”를 외치는 교사들이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매주 광화문을 메우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호소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다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다. 국회도 교권 추락의 책임을 통감하고 입법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교사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교권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