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을 짓겠다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한 이른바 ‘250억 먹튀’ 합천 호텔 사기 사건을 주도한 시행사 ‘모브(MOV)호텔앤리조트’ 실사주가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실사주가 빼돌린 피해액에 대해 사실상 환수가 어렵다는 판단이어서 합천군이 어떤 후속 대응을 할 지 주목된다.
15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 주범 시행사 실사주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 14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9월 합천군과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실시협약(계약)’을 체결한 뒤 사업비 25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건축면적 287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4208㎡,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 골자다.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사업비를 증액해달라는 시행사 요구에 군이 세부 내역 등을 추궁하자 A씨가 지난 4월 돌연 잠적했다.
이에 군은 A씨를 포함, 시행사 전 대표 등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잠적 넉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고, 이 시기 A씨 가족이 A씨 실종 신고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조사 결과 고발된 시행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대표로 있는 또 다른 회사와 집기류 공급·미술작품 공급·숙박시설 수열에너지 설치공급·경영자문 등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180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계약도 형식적으로 체결됐거나 제대로 착수·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결국 이런 무리한 계약들로 인해 시행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군은 또 이들이 업무추진비나 운영비, 직원 인건비 등 명목으로 24억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자체 조사를 이어간 군은 250억 먹튀 배후에는 시행사와 대리금융기관의 공모 내지는 방조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대리금융기관 관계자 등 3명을 추가로 경찰에 고발했다.
통상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 인출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신탁사·시공사 등 자금 집행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호텔사업 사업비 대출 과정에서 군과 시공사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A씨가 검찰에 송치된 만큼 남은 경찰 수사는 A씨가 빼돌린 250억원의 피해액 환수 여부와 자금 흐름 추적이다.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은 이 피해액을 환수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A씨가 이 피해액을 코스닥 상장업체 인수자금으로 쓴 것으로 의심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경찰은 A씨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인수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상장업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100억원가량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A씨는 한 푼도 챙기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고발된 시행사 관계자 4명을 공범으로 보고, 자금 흐름 추적 등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합천군 공무원 가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의 묵인 또는 방조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