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초급간부가 되려는 청년이 줄어들고 있다. 장교와 부사관 후보생 경쟁률은 하락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군 기술인력을 확보하고자 운영 중인 사업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병사 월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초급간부와의 급여 격차가 좁혀지고, 민간 분야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수익이나 경력 등에서 더 낫다는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교·부사관 안 할래요”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2 회계연도 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학군·학사장교와 부사관 후보생 선발은 지난 5년간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학사사관 후보생은 2018년 경쟁률이 4 대 1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6 대 1로 하락했고, 학군사관(ROTC) 후보생도 3.3 대 1에서 2.4 대 1로 떨어졌다. 부사관 후보생도 2018년 4.5 대 1에서 지난해 3.2 대 1까지 낮아졌다.
복무 기간과 급여가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병사는 의무복무 기간이 꾸준히 줄어들어 18개월(육군 기준)만 복무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반면 초급간부는 2~4년간 복무해야 한다. 초급간부보다는 병사로 입대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운 뒤 전역하면 민간 분야 진출 시기를 앞당기기가 유리한 셈이다.
국방부는 ROTC 복무 기간을 단축해 초급간부 확보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병사 급여 인상에 따른 병사와 초급간부 간 소득격차 감소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병사보다 초급간부의 소득이 훨씬 많다면 재정적 측면에서 청년들에게 초급간부 임관을 권유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병사 월급이 빠르게 인상되면서 이 같은 장점도 약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5년 병사 급여를 150만원(병장 기준)까지 올리고, 병역의무 이행기간 중 급여를 적립해 전역 후 목돈 마련을 돕는 ‘병 내일준비 지원사업’을 통해 월 최대 55만원의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병사 급여 인상은 청년들의 초급간부 지원 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장교 지원 희망자 중 41.5%, 부사관 지원 희망자 중 23.5%가 병사 봉급이 205만원이 되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까지 계획된 병 봉급 인상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초급간부 임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인력 확보도 난항
군 당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사능력을 강화하고자 군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군은 기술인력 확보 자원에서 45개 군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졸업 후 기술전문병으로 18개월 동안 의무복무를 한 뒤 임기제 부사관으로 연장복무(6~48개월)하는 기술인력 육성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8개월 동안 기술전문병으로 복무하면 의무복무 기간을 마친 것이므로, 임기제 부사관을 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 된다.
문제는 군 특성화 졸업자가 입대한 후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2020년에는 임관 비율이 70%를 넘었으나 2021년에는 66%, 지난해에는 57%로 떨어졌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부사관 처우 문제를 임관 비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기술전문병이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관할 때 받는 하사 2호봉 기본급은 179만1400원이다. 직급보조비 14만5000원을 더해도 지난해 최저임금(191만4440원)과 별 차이가 없다. 기술적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병사가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민간 분야에 진출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감안하면 기술전문병이 임기제 부사관으로 추가 복무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병사가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것은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은 인적자원을 즉각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기술전문병이 임기제 부사관으로 복무하면 기술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국방부가 숙련도 높은 간부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군 인력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술전문병의 임기제 부사관 임관을 늘리는 것은 군 전력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임관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일각에선 군 특성화고 졸업자를 4년 의무복무 대상인 단기복무 부사관으로 임용하는 방안도 제시하지만, 최초 지원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기술전문병(의무복무)+임기제 부사관’의 틀을 유지·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와 관련해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기술전문병의 임기제 부사관 임관 시 수당 지원과 더불어 장기복무 부사관으로 전환할 때 인센티브 부여 등의 체계를 마련해 임관율을 개선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