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까지 겹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애그플레이션 발생 시 타격이 큰 만큼, 곡물 수급 대책 및 대체수입처 모색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애그플레이션 우려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우리나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곡물자급률이란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사료 포함) 가운데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비율을 뜻한다.
보고서는 “한국은 쌀, 서류(고구마·감자) 등 일부 곡물을 제외한 대부분 곡물의 자급률이 낮아 (애그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해)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한국의 곡물자급률을 살펴보면 서류 94.2%, 쌀 84.6%를 기록했으나 대두(5.9%), 옥수수(0.8%), 소맥(0.7%) 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슈퍼 엘니뇨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토양 생태계 교란과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면 농작물의 생장이 저하되고, 결국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량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북미, 남미, 프랑스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은 이상 고온에 따른 가뭄이 지속돼 결실 부족 등으로 수확량 및 품질 저하가 발생하고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흑해곡물협정 종료는 곡물 가격 급등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한 합의인 흑해곡물협정에 대해 지난달 17일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며 “대체수입처 모색 등을 통한 곡물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