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전후해 공직자와 언론계 지인을 만났다. 광복절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도 공통의 관심 분야인 행정·안전·언론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공감과 공분이 엇갈렸다. 올여름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던 점에 공감했으며, 허물어진 시스템에 공분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하더니, 자고 나면 새로운 사건이 기존 사건을 덮을 정도였다. 7월 이후만 복기해 보았다.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고통을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사태, 양평고속도로 논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부실건설, 청주 지하차도 참사, 예천 폭우 피해, 교권침해 논란, 분당 묻지마 칼부림 사건, 새만금 잼버리 등을 헤아리다 보니 양쪽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지역적으로도 광범위했다. 서울을 포함해 경기, 충청, 영남, 호남 등 각지에서 일간지 톱기사가 쏟아졌다. 일반 독자라면 뉴스를 따라가기 버거웠을 듯했다.
안타깝고 부정적인 뉴스 일색이었다. 순번처럼 지역마다 돌아가면서 터진 사건은 죄다 안전·신뢰 문제였다. 인재에 관재였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남 탓을 먼저 했다. 단체장들은 “현장에 갔더라도 무슨 도움이 되었겠느냐”라는 말로 속을 뒤집어놓았다. 약속한 것처럼 천불을 부르는 오류답안을 되뇌었다. 믿는 구석이 있던 것이었을까. 정책 집행자와 위정자의 판에 박힌 듯한 처신은 그렇게 이어졌다. 자신에게 닥친 악재로 힘들어했다가 다른 쪽을 겨눈 악재 돌출에 ‘속으로’ 안도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제는 잼버리 사태가 화두다. 국제사회와 연관 속에 전·현직 정부, 중앙·지방정부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어, 그간의 경험과 달리 새로운 뉴스에 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잼버리 사태에서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인사들은 생색을 내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망칠 뻔한 잼버리를 윤석열정부가 겨우 수습해 놓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낯간지러운 이야기들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개최는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서라도 성공시켰던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가 났지만, 이들은 오불관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