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업(蠶業)이란 뽕나무를 재배해 누에를 길러 고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삼한시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잠업은 고관대작의 의복 거의가 비단으로 만들 정도로 시대를 거듭하며 상당한 기술과 지식을 갖추게 됐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전통문화 복합예술 공간 삼청각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성북선잠박물관은 성북구에서 건립한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사적 83호 선잠단지와 함께 둘러보면 우리나라 선잠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박물관은 3개의 전시실과 개방형 수장고를 갖춰 선잠제(先蠶祭)와 선잠단, 비단 관련 유물을 보존 전시하고 있다.
누에를 치기 위해서 매우 섬세한 기술과 노력이 요구된다. 조선시대 세조 때 대농가는 호당 300그루, 중농가는 200그루, 소농가는 100그루의 뽕나무를 심어 양잠을 하도록 의무화했다가 중종 땐 사치를 조장한다며 금지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양잠은 아녀자의 일상인 동시에 가장 효과 좋은 부업이었다. 태종 때 개성부와 6개 지역(가평, 청풍, 의성, 수안, 태인, 홍천)에 도회잠실(都會蠶室)이 설치되기도 했다.
선잠제는 인간에게 처음 누에 치는 법을 가르쳤던 서릉씨(西陵氏)에게 한 해 누에치기의 풍년과 안정을 기원하는 국가 제례의식이었다. 현재의 성북동 선잠단지에서 왕비 대신 신하들이 참여하는 섭사(攝祀)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잠 후에는 왕비가 궁궐 후원에 마련된 채상단에서 내외명부를 거느리고 누에치기의 모범을 보이는 친잠제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에서 선잠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사’에서 선잠제 제향 절차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물관 1관은 선잠단의 옛 기록과 일제강점기를 지나 훼손된 모습, 복원의 현장 등 역사를 담고 있다. 2관에는 선잠제의 거행 모습, 친잠례를 모형으로 재현했고 선잠제의 진행 과정을 3D영상으로 재현해 놨다. 개방형 수장고 및 특별전시실인 3관에는 누에고치를 이용해 비단을 만드는 기구와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와 속바지, 사진과 엽서 자료 등을 전시했다.
오민주 학예사는 “박물관 옆 선잠단은 1908년 일제가 선잠제를 폐지시킨 뒤 방치됐다 광복 후인 1961년 환경 정비를 거쳐 사적 83호로 지정됐다. 2016년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옛 선잠단지의 위치와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물관과 선잠단이 2020년 리모델링을 해 멋진 모습을 갖추고 있으니 휴일엔 가족과 함께 박물관을 찾아 누에 산업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