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15일(현지시간) 국군의날을 맞아 한국에서 사들인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앞세워 냉전 시대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에 의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군사력을 과시해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이날 수도 바르샤바에서 미국산 M1A1 에이브럼스 전차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한국산 K2 전차 및 K9 자주포 등 군 장비 200대, 미국의 F-16과 한국의 FA-50 전투기 등 항공기 92대, 장병 2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병식을 진행했다.
폴란드 국군의날은 1920년 소비에트와의 전쟁 당시 볼셰비키군의 바르샤바 진격을 저지한 날을 기념해 소련 붕괴 후인 1992년 제정됐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매년 이날 퍼레이드가 열렸지만, 올해는 과거와 차원이 달랐다”며 “1989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크름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최신 군사장비 마련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유럽을 이끄는 군사 강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는 우크라이나 측에 서방 군사 무기·장비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자국군의 현대화 작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올해에만 무기 확보 예산으로 1400억즈워티(약 45조원)를 책정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이미 시어 연구원은 “이런 계획을 유지한다면 폴란드는 유럽연합(EU)과 나토에서 군사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탱크를 보유하게 된다”고 CNN에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가 주저하지 않고 국경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구축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완벽한 날”이라고 자부했다. 극우 성향인 집권 법과정의당(PiS)의 야로슬라프 카진스키 대표는 고대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가 남긴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인용하며 “병력을 30만명으로 늘리고 많은 무기를 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7만5000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DW는 폴란드 정부가 이를 위해 미국뿐 아니라 주로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냉전 해체 이후 주요 파트너였던 독일과는 PiS정부 들어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무력 과시는 꼭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안보를 최대 이슈로 끌고 가 3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집권세력의 국내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