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 發 세계 경제 침체 경고음… 국내 전이 차단 선제 대응을

미 은행 70여곳 신용등급 강등 우려
소비·투자 둔화 中 성장률 잇단 하향
위기의 韓 ‘상저하고’ 재점검 시급해

G2(미국·중국)발 경기침체 경고음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린 미 신용평가사 피치가 이번에는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미 은행 70여곳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고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무디스는 지난주 10개 중소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US뱅크 등 대형 은행 17곳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의 등급이 강등되면 동종 기관 등급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부 취약 은행 등의 연쇄 금융 불안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의 3대 주가 지수는 어제 1% 넘게 하락하고 은행주가 급락했다.

 

중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7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지만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덮친 탓이다. 중국 국유 부동산 기업인 위안양(遠洋)이 최근 2094만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유기업의 채무 변제 실패는 중국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8월부터 청년실업률(16∼24세)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동력 조사의 정확성 제고를 위한 통계 방식 개선을 내세웠지만 소비·생산·투자 등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불리한 경제지표를 숨기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JP모건 등 경제 기관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4.8%로 낮췄다.

 

당장 미·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에 대한 정부의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이한 생각이다. 추 부총리가 수출지표의 개선을 근거로 내놨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오히려 6∼7월 대일 무역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는 물 건너갔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기계 등 국내 주력 업종에겐 직격타다. 이러다가 1%대 성장률이 고착화할까 걱정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상반기 83조원에 이르지만 건전재정 기조에서 재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낙관적 전망은 경제 운용에서 금물이다. 미·중 발 위기와 수출·내수 침체를 가정해 상저하고 전략을 재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고, 기업 활력 제고 등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수출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