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수출 등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지표가 동반 악화하고, 물가 상승률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중국 경제가 경기 침체 속 저물가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최근 심상치 않은 중국의 경기 불안으로 인한 수요 부진이 하반기 기대되던 우리나라의 '수출 플러스' 달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15일 7월 소매판매·산업생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를 발표한 뒤 중국 안팎에서 경기 침체 심화 우려가 급속히 커졌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7천398억달러)과 총수출액(3천575억달러)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0.9%, 19.6%에 달했다.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MTI 831110)의 경우 1∼7월 수출액(250억달러)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이 약 45%(112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받는 타격이 다른 나라보다 유독 크다는 점도 중국의 추가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수입이 지난해보다 6.7% 감소한 상황에서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이 중국 해관 분류상 '주요 국가·지역' 23곳 중 가장 높은 24.9%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특히 많이 감소해 작년 말까지만 해도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였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6.1%까지 떨어졌다.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주력 대중 수출품인 반도체, 화학제품, 무선통신 기기 부품,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제조 장비 같은 중간재부터 화장품 같은 소비재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의 수출 전망이 밝아지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상저하고' 경기 실현을 위해 '수출 플러스'에 주력하는 정부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시황이 개선되면서 이르면 가을께 월간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회복의 핵심 조건을 꼽자면 반도체와 중국 경기 회복"이라며 "중국을 경유한 제3국 수출이 어려운 여건이고, 중국 내수도 기대만큼 좋아지지는 않고 있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대중 수출이 빠르게 좋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 실장은 "중국 내수가 기대했던 회복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은 늘고 있어 중국 경제 상황을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할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하반기 둔화 가능성이 점쳐지던 미국 경기도 경착륙 없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중국 요인과 상쇄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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