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불똥 튈라… 부산엑스포 유치·여수세계섬박람회 “철저한 준비가 성패”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책임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불똥이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등으로 튈까 해당 지자체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산시는 일단 엑스포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야영대회와 달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막바지 유치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전남 여수시는 행사 개최 지역이 새만금과 비슷한 매립지인 데다 그 시점도 장마철인 7월 중순이어서 철저한 준비가 대회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준비를 서두를 계획이다.

 

부산시 “잼버리와 단순 비교는 곤란…지지세 확보 주력”

 

부산시는 잼버리가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정치권의 입장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단기간 텐트 생활이 기본인 야영 개념의 새만금 잼버리와 각국이 건축물을 조성해 장기간 체류하는 엑스포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동일한 잣대로 단순히 비교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에서다.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관계자는 17일 “잼버리와 엑스포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그만큼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한 우려 등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매립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엑스포 예정 부지인 부산항 북항은 매립 이후 수십 년이 지나 수차례에 걸친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유치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등록 엑스포’가 돼 각 참여국이 자체적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직접 건축물을 짓게 된다. 따라서 나라마다 건축 방식도 다르고 자국의 이름을 내건 건축물이라 결코 부실하게 지을 수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부산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논쟁과는 별도로, 정부를 비롯한 경제계 등과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세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유치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최종 후보 도시를 선정하는 오는 11월까지 3개월여간 총력 질주할 계획이다.

 

2030엑스포유치위원회가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엑스포 유치전 초반 사우디 리야드에 절대 열세였던 부산이 추격을 벌여 거의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유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위한 경쟁에서 부산과 리야드가 각각 70표, 이탈리아 로마가 23표를 확보했다는 중간 판세 분석 결과도 나왔다. 지난 6월 BIE 실사단의 현지 실사 직후 파리에서 열린 4차 프레젠테이션(PT) 이후 개최 후보 도시 지지세가 크게 요동치면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잼버리 사태 책임을 놓고 벌이는 극한 대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실무적인 차원에서 주위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유치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는 이미 수천만명이 운집하는 BTS(방탄소년단) 공연과 불꽃축제 등을 통해 안전관리 부문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며 “정부 외교 활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엑스포 유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부산시의회와 지역 정치권이 발끈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지난 1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도 여야 합의로 유치지원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재를 뿌렸다”고 맹비난했다.

 

“잼버리 전철 밟을라” 여수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철저히 준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준비 중인 전남도와 여수시도 새만금 잼버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6년 전 대회를 유치하고도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 등 논란으로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전남도와 함께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2026년 7월 17일부터 31일간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와 일대 도서 일원에서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개최할 예정이다.

 

여수시가 지난 6월 종합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 보고회를 통해 마련한 대회 계획에 따르면 섬박람회 주행사장은 진모지구로, 부행사장으로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비롯해 개도, 금오도 등 관내 모든 섬을 아우른다.

 

핵심 콘텐츠가 될 주제관은 ‘바다의 무한한 가치’와 ‘바다와 인류를 잇는 섬’, ‘섬이 꿈꾸는 미래’ 등 3가지를 주제로 ‘몰입형 미디어터널’로 충실히 구현한다. 최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통해 관람객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체험장이다.

 

이 대회는 비공인 국제행사지만, 시도는 30여개 국의 해외 참가국과 200만명 이상의 관람객, 6000명 이상의 고용창출, 4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한다.

 

문제는 여수세계섬박람회 주무대로 활용할 돌산읍 진모지구가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로써 유사하다는 점이다. 진모지구 부지는 0.22㎢로 새만금 잼버리 부지 8.8㎢의 0.22%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직 박람회장 조성 전인 현재 집중 호우 시 잦은 침수가 빚어지고 있다.

 

이곳은 전원 주거지로 조성하기 위해 1994년 매립 공사를 시작해 2009년 2월에 준공 허가가 났다. 하지만, 이후 목적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다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영화 ‘한산’, ‘노량’ 촬영장으로 활용됐고 2026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시에도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시설 대부분이 목조건물로 지어져 사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모두 해체돼 현재 대지로 남아 있다.

 

섬박람회 개최 시기도 새만금과 유사한 7월 중순부터 한 달간이어서 폭우와 폭염, 태풍 등 대책이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행사 개최 한달 전인 2026년 6월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으로 민선 9기 시장이 대회를 주도할 수밖에 없어 정부의 역할이 성패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수시는 그만큼 대회를 서둘러 준비할 방침이다. 우선 다음 달까지 전남도와 한시 기구 설립과 별도 정원 등에 대해 협의해 ‘1국 2과’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재단법인 섬박람회 조직위원회와 지원단을 내년 1월쯤 출범시킬 계획이다. 또 당초 계획한 개최 기간을 3개월로 연장하고 총사업비도 2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섬박람회 주무대인 진모지구 조성 공사를 조직위 출범에 맞춰 내년 1월부터 착공할 예정”이라며 “특히 침수에 대비해 부지를 주변보다 3m가량 높이는 등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역대 최대 규모인 세계 158개국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일 새만금에서 개영해 12일간 진행했다.

 

하지만, 1171억원을 들여 치른 대회인데도 연일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에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위생·방역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영국‧미국 등이 중도 철수하자 미흡한 대회 준비와 허술한 운영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어 태풍 ‘카눈’ 영향으로 참가자들을 수도권 중심의 각지로 분산시키고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을 치러 ‘반쪽 행사’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