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해촉한 가운데 정 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다시 해임을 맞으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꼭 1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나를 구차스러운 방식으로 KBS에서 해임했다”며 15년 전 KBS 사장직 해임 전력을 언급했다.
이어 “역사는 다시 뒤집어져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해임했다“며 “15년 전처럼 기록과 법적 대응으로 무도한 윤석열 대통령 집단과 다시 싸워야겠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1975년 3월,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다 동지들과 함께 동아일보에서 해직됐다. 그때 우리들을 집단 해고한 권력의 핵심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뒤 저격당해 세상을 떠났다. 2008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나를 KBS 사장에서 해임했다. 그는 결국 감옥에 갔다”며 “3년 8개월짜리 대통령이 진시황 노릇하는 그 결말은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너무 자명해 보인다”고도 했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이번 가을이면 만 77살이 된다. 살만큼 살았고,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와 평화가 이땅에 한뼘이라도 더 퍼지기를 기원하며 미력하나마 애써왔다. 불의한 권력과 맞서는 싸움도 외면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 일정으로 미국에 출국하기 직전에 정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의 해촉안을 보고받고 이를 재가했다.
해촉은 18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21년 7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의해 방심위 위원으로 위촉돼 위원장으로 호선됐으며, 법률상 임기는 내년 7월까지였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방심위의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회계검사 결과, 정 위원장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엄중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에서 정 위원장의 해촉을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정 위원장은 이와 관련 “급조된 별동 감사팀이 한 달 넘게 집중 감사를 한 뒤 내놓은 결과물은 어느 기자의 독백처럼 허술하고 누추했다“고 평했다.
◆ 민주, “MB와 닮은 윤석열 정부의 DNA”, "언론장악 노골화”
민주당은 정 위원장 해촉에 대해 “언론장악 DNA가 노골화되고 있다”며 마음에 안 드는 언론 보도를 심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꼬투리 해촉을 자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에서 “국민의힘이 마음에 안 드는 언론 보도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다며 정권 출범 내내 정치적 외압을 가하며 흔들어 대더니 방통위가 ‘꼬투리 잡기 감사’에 나서고,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해촉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때는 KBS에서 사장에서 부당 해임하더니 윤석열 정권에선 정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을 방심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꼬투리 해촉’을 자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명박 정권 홍보수석으로 언론장악 설계자 비판을 받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등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 꼭 닮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DNA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