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살인’ 술병에 경고 문구 붙이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폐해 심각… 적극 검토 필요” 지적
美·남아공 등 국가선 이미 시행 중
OTT 흡연·음주 장면도 문제 삼아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담뱃갑의 경고문구·그림처럼 앞으로 술병에도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구가 담길지 주목된다.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의 음주·흡연 장면 노출에 대해서도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류 용기에 경고 문구 등의 표기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고건수는 1만5059명이며, 사망자수는 214명에 달한다. 음주운전 적발건수도 지난해 13만278명으로 2020년 11만7549명, 2021년 11만5882명에 이어 코로나19 일상회복 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라며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현행법에는 과다한 음주의 건강 위험성,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만 주류 용기에 표기하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음주운전과 임신 중 음주 위험성을 주류 용기에 경고 문구로, 멕시코와 튀르키예는 경고그림으로 표기하고 있다. 주류 용기에 경고 문구와 그림을 표기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이미 2018년 한 차례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 4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 심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주류 용기의 경고 내용 표기에 동의했다. 다만 “주류용기의 제한된 표기 면적에 음주운전 경고내용을 추가할 경우 가독성을 고려해 표기정보를 효율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경고그림 또는 경고문구를 선택적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OTT 콘텐츠의 흡연·음주장면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TV로 방영되는 영화·드라마는 방송법에 따라 흡연이나 음주 장면을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규제를 두고 있다. 그러나 OTT는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흡연이나 음주 장면이 아무런 화면처리 없이 나오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6월 내놓은 2022년 OTT 서비스 흡연 및 음주 관련 모니터링에 따르면 드라마의 경우 85.7%, 영화의 경우 14.3%에서 담배제품 및 흡연장면이 노출됐다. 음주의 경우 드라마·예능 등 10개 프로그램에서 총 249회(1편당 2.6회) 음주장면이 나왔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OTT 이용률이 90.6%에 달해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조장하는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OTT 영상물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그 속도도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부의 모니터링 외에도 업계의 ‘자율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