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독립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생존전략을 세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급 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2㎚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은 10여년 전 기술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28나노 공정을 시작한 것은 각각 2011년, 2012년이다.
중국이 레거시(구형) 공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미국의 수출통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8나노 공정 이하의 D램,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의 생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이 아닌 차세대 화합물 기반의 웨이퍼로 제작한 반도체로,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니다. 또 미국, 일본 등 경쟁국과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5G 및 전기차 등에도 사용돼 중국 내수시장에서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내 독립된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해 미·중 경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포함됐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한 2021년 발표한 ‘14차 5개년 규획’에서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게임체인저’로 규정하고 육성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GaN 기반 전력반도체 관련 특허 수는 일본(33%)에 이어 2위(28%)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중국의 빈자리를 인도가 채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말 한 반도체 행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향해 “레드카펫을 깔아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제조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육성 전략을 집중하고 있고, 미국 마이크론과 AMD,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마이크로칩, 대반 폭스콘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인도는 한국과 대만 같은 ‘칩 생산 거점’을 노린다.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반도체 불모지인 인도는 미국과 손잡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것을 강조하며 반도체 공급망 주축이 되고자 한다. 영어를 구사하는 고급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게 최대 강점인데, 차별적 사업관행, 취약한 제조업 등으로 한국과 대만의 위협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