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같은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런 위기는 겪어본 적 없어요."
우리나라 최대 전복 생산지인 전남 완도군 노화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예정일을 하루 앞둔 23일 어수선한 침묵에 빠졌다.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일손을 놓은 어민들은 추석 대목을 한 달여 앞두고도 곤두박질치는 전복값에 한숨만 내쉬었다.
전체 675어가 가운데 약 20어가가 최근 잇달아 파산을 신청했다.
적게는 5억원, 평균적으로 10억원가량 투자한 양식장이 절반 값에 급매로 나왔다.
은행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어장관리선 등 압류물도 경매로 부쳐졌다.
자의든 타의든 전복 양식을 포기한 이들은 대부분 귀어 5년 차 미만인 새내기 어민이다.
양식장을 넘긴 어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돌아가거나 다른 어가에 손을 보태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나은 어민들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아 헐값에 나온 양식장이나 시설물에 대한 투자는 망설인다.
섬 전체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귀한 몸이었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하나둘 공장이나 건설현장 등을 찾아 떠나고 있다.
어민들 사이에는 '진짜 위기는 아직 찾아오지도 않았다'는 깊은 불안감이 퍼져 있다.
새끼 전복을 양식장으로 옮기는 입식은 매해 11월을 주기로 순환하는데, 많은 어가가 올해는 종묘를 구입할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어민들은 올해 겨울부터 텅 빈 가두리가 속출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김광근(56) 완도전복협회 노화지회장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도 안 됐는데 수산물 소비위축 상황은 우려보다 심각하다"며 "어민들이 절망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루 남겨둔 오염수 방류를 인제 와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정말로 국민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면 정부가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국민에게 홍보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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