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을 기념하는 사업을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시가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씨는 6·25전쟁 전후의 행보로 중국에선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뽑혔고, 북한에선 영화로까지 제작된 인물이다.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총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역사공원을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정율성의 삶과 음악세계를 기린다는 광장, 정자, 관리시설 등이 들어선다. 정씨 출생지인 화순시는 2019년 그의 고향집을 12억원을 들여 복원했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까지 붙어 있다. 중국식 표현인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6·25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놓아 역사왜곡 비판을 받는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도시는 돈독한 한·중관계를 위해 이런 사업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주는 정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업적 때문에 광주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것을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도 했다. 궤변이다. 그렇다면 강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중공군 위문 등 정씨의 6·25 관련 행적은 왜 빠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주시도 정씨의 친북, 친중 행적이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여긴 것 아닌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그제 페이스북에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2600명이 넘는데 하필 공산당 나팔수 기념공원을 짓느냐”며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대한민국 국민 수백만명이 희생되고, 국토가 폐허가 된 전쟁을 부추긴 사람, 김일성 상장까지 받은 사람을 위해 기념공원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광주시 등의 행태는 보훈가족을 피눈물 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옳은 얘기다. 어떤 것도 국가 정체성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광주시는 “이미 토지보상 등의 문제가 끝나 공사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북한, 중국의 영웅까지 떠받들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 혈세를 이런 곳에 투입해선 안 된다.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