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방탄’ 하자고 국회 회기까지 단축한 민주당

체포안 표결 싸고 당내 분란 등 우려
대북 송금에 쪼개기 후원 의혹까지
제1야당, 도덕성 추락 더는 안 될 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25. photocdj@newsis.com

167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8월 임시국회 회기를 31일에서 25일로 앞당겨 조기 종료하는 수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으나 찬성 158, 반대 91, 기권 2로 가결됐다. 민주당의 회기 단축은 검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비회기(8월26~31일) 중 구속영장 청구의 길을 열어줘 국회법상 의무 절차인 회기 내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려는 꼼수다. 검찰은 지난 23일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제3자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30일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마당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민주당의 회기 단축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회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회기 중에 이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때문에 당내 분란이 표출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17일 백현동 특혜 개발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은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서 분열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것이 ‘눈 가리고 아웅식 쇼’임이 드러나는 게 불편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검찰 소환, 영장청구 시기도 자기들이 정하려고 한다. 당내 사정을 고려해 수사 절차를 진행하라니 말이 되나.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일반 국민은 엄두도 못낼 ‘갑질’이다. 오죽하면 한동훈 법무장관이 “피의자가 식당 예약하듯 자신을 언제 구속해 달라고 한 게 정상적인가”라고 했겠나.

이 대표의 추가 혐의는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법정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재명 후보에게 직원 등을 동원해 ‘쪼개기 방식’으로 최소 1억5000만원을 후원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대납한 것 외에 경선 자금도 지원했다는 얘기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후원했고 이 대표 비서로부터 감사전화도 왔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 의혹뿐 아니라 이 전 부지사의 진술번복 회유 및 재판기록의 민주당 유출 등 사법 방해 의혹 규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 “정치공작”이라는 말만 되뇌인다. 진술과 정황증거가 넘치는데 부인만 한다고 소명이 되겠나. 떳떳하다면 검찰에 진술서만 내고 묵비권을 행사하지 말고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조차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 혐의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때의 일이지 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제1야당의 도덕성이 이렇게 추락해선 안 될 일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