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로 가족 모임에 참석해 5촌 조카를 폭행한 6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특수상해와 특수협박,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1일 가족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 영월군에 있는 5촌 조카 B(55)씨의 집을 찾았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안방에서 잠이 들었다.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 모습을 본 B씨는 A씨에게 “정신 차리고 거실로 나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B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기 시작했다. B씨의 아내가 말렸지만 A씨는 되레 “내가 돈이 많아 돈 좀 쓰려고 그런다”며 선풍기로 B씨의 머리를 가격하는 등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B씨는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귀가요구를 받은 A씨는 같은 날 오후 재차 B씨의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열고 침입했다. 이후 B씨가 병원 치료를 받고 돌아오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둔기를 휘둘렀다.
법정에 선 A씨는 “폭행은 했으나 위험한 물건인 선풍기 등으로 때린 사실은 없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 B씨와 함께 사는 사촌형을 만나려 평소에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사건 당일에도 사촌형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비추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피해자와 피해자 아내는 상당한 불안과 공포를 겪어야 했고 피해가 가볍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를 위해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피고인 가족과 지인들이 적극적인 계도를 다짐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기도 하다”며 1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