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손질을 예고하자 “막히기 전에 대출받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이 2조원 넘게 늘었다. 일부 은행들은 50년 만기 상품에 자체적으로 연령 제한을 두거나 판매를 멈추기로 결정한 가운데 은행권에선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세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8657억원)과 비교해보면 이달 들어 2조210억원이나 불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점검에 착수하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퍼진 불안 심리가 잔액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령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 13일 이후에만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이 1조872억원 늘었다.
당국은 금융권과 50년 만기 주담대 실태 관련 논의를 거쳐 대략적인 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조만간 구체적인 50년 만기 주담대 관련 규제책이 나올 전망이다. 애초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연령을 토대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당국 내에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령을 토대로 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있다. 업계 안팎에선 당국이 50년 만기와 같은 초장기 대출 상품의 DSR 산출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최근 가계 빚 증가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자 일부 은행은 이미 알아서 속속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차주에게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주고 있고, 카카오뱅크 역시 25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규제를 적용 중이다. 농협은행은 ‘2조원 한도 소진’을 이유로 이달 31일까지만 50년 만기 상품을 팔기로 결정했다.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리금 납부 부담 때문에 기존 (고객이) 30년∼40년 만기에서 50년으로 조건 변경을 하는 경우 등도 있어서 50년 만기 주담대 증가가 가계대출 증가로 무조건 이어진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며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의 주범이라고 보기에는 더 파악해볼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