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공원 사업’ 저지 법률 검토…일부 광주 학생들은 “공원 조성 철회해야”

국가보훈부, 지방자치법에 따라 법적 조치 검토 중 알려져…감사원 감사 가능성도
광주 지역 일부 학생들, 강기정 광주시장 비판…“과거 조선을 몰락하게 한 양반과 유사하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 광주=연합뉴스

 

국가보훈부가 중국 혁명 음악가의 대부로 알려진 정율성 선생을 기리는 광주광역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저지를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일부 학생들은 당국 비판 기자회견에서 정율성의 중국명인 ‘정뤼청’을 언급하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전날 이 매체와 통화에서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행진곡’과 북한군의 ‘조선인민국 행진곡’을 만든 사람”이라며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 대한민국에 파괴적 행동을 했던 사람을 기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훈부가 지방자치법 제184조와 같은 법 188조에 근거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해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18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해당 시·도에 대해 주무부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밝힌다.

 

정율성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확산하면서 보훈부가 해당 사안을 직접 살펴보겠다는 뜻인데, 보훈부는 헌법소원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원 감사 가능성도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동안 세금이 투입된 정율성 기념 사업 전반을 감사원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 및 2기 출범식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이 사업을 거론했다.

 

역사공원은 광주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조성된다. 정율성 선생의 삶과 음악 세계를 기리는 광장, 정자, 교양·관리 시설 등이 들어선다. 2020년 3월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5월 공원 조성계획까지 결정했지만 보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행정 소송까지 가는 분쟁 끝에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고 시는 전했다.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공원 조성에는 총 48억원이 투입된다.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남경 의열단에서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갔다.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들어갔고, 황해도에서 도당위원회 선전부장을 지낸 다음 평양으로 자리를 옮겨 조선인민군 구락부 부장을 맡고 협주단 단장도 겸임했다.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불리며, 정율성의 이름을 따와 음악축제를 진행하는 주최 측 홈페이지에는 ‘모든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팔로군 행진곡, 연안송 등 음악을 남겼다’ 등의 설명이 적혀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작곡가 정율성 탄생 기념비. 연합뉴스

 

앞서 강 시장 비판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이 지역 학생 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 광주지부는 지난 27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을 추모하고 싶다면 이 길의 이름을 (정율성로가 아닌) 정뤼청로로 변경해서 제대로 추모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소혁 학수연 광주지부장은 “광주 독립정신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대한민국이 주권독립국으로 서는 것을 짓밟은 중국 국적의 나팔수 정율성, 정뤼청을 기리는 것은 상식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분개할 일”이라며 “정율성로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와 건국을 부정하는 상징물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명나라를 사대하던 조선 양반들은 명나라 멸망 후에도 다시 부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동묘를 지어 이미 죽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를 수백년간 기려왔다고 한다”며 “강기정 광주시장이 정뤼청을 우리 국민 세금을 들여 이렇게까지 추모하려는 모습은 흡사 과거 조선을 몰락하게 한 양반들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율성의 공은 중국 공산당과 북한 김일성의 치적이고, 정율성의 과는 대한민국에게 남긴 학살부역과 전범가담”이라며 “정뤼청은 대한민국의 적으로 나타난 독재와 학살의 부역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이력은 공이 아니라 명백한 과”라고 거듭 부각했다.

 

계속해서 “광주가 대한민국의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입장인지 족쇄가 되길 바라는 입장인지 그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면서, 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와 정율성로 전면 폐쇄 그리고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온 정율성 음악회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던 박민식 보훈부 장관 비판에 ‘보훈부는 관련 논란을 멈추라’고 맞받았던 강 시장은 지리산에 올라선 자신의 사진을 27일 SNS에 게재하고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면서 “언제나 그렇듯 광주 정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원 조성 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는 최근 성명에서 “일제강점기 고난을 겪은 인물인 정율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정율성 선생의 형제와 친척들은 항일운동과 대한민국 건국에 큰 힘을 보탰다”며, “20여년이나 이뤄진 기념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도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