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중국 혁명 음악가 대부로 알려진 정율성 선생을 둘러싼 논란에 28일 “박근혜 대통령 때는, 이명박 대통령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그러냐”고 반응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언제까지 우리가 이념 논쟁에 사로잡혀 있어야 돼요(되느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율성 선생은 중국의 ‘연안송’이라는, 우리 한국으로 하면 ‘아리랑’하고 똑같이 애창하는 노래를 작곡하신 분”이라며 “중국 국민의 80% 이상이 그 노래를 애창한다”고 덧붙였다.
정율성의 노래를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예술’ 그 자체로 봐야 하며 노래가 알려진 덕분에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박 전 원장은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문제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공원은 광주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조성된다. 정율성 선생의 삶과 음악 세계를 기리는 광장, 정자, 교양·관리 시설 등이 들어선다. 2020년 3월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5월 공원 조성계획까지 결정했지만 보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행정 소송까지 가는 분쟁 끝에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고 시는 전했다.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공원 조성에는 총 48억원이 투입된다.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남경 의열단에서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갔다.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들어갔고, 황해도에서 도당위원회 선전부장을 지낸 다음 평양으로 자리를 옮겨 조선인민군 구락부 부장을 맡고 협주단 단장도 겸임했다.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불리며, 정율성의 이름을 따와 음악축제를 진행하는 주최 측 홈페이지에는 ‘모든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팔로군 행진곡, 연안송 등 음악을 남겼다’ 등의 설명이 적혀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던 비판에 ‘보훈부는 논란을 멈추라’고 강 시장이 맞받으면서 공원 조성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 및 2기 출범식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이 사업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박 전 원장은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보수·진보 대립을 설명하며 고(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저서 제목이자 정치권에서 종종 인용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구를 언급한 데 대해 “모든 것을 이념으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거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다’ 등 표현에 “꼭 같은 방향으로 가는 국민만 국민이냐”고 반문하면서다.
박 전 원장은 계속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소통, 조정,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 고집, 분열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현재 30%밖에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