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셔틀콕… 황금시대!

과거 효자종목 군림 韓 배드민턴
세대교체 실패로 침체 늪에 빠져
이번 세계선수권서 金3·銅1 따내
1977년 창설 이후 역대 최고 성적
첫 단식 우승 새역사 안세영 선봉
서승재·채유정 등 영광 재현 기대

배드민턴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효자종목으로 군림했다. 1992 바르셀로나부터 2020 도쿄까지 8번의 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은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 등 총 19개의 메달을 수집했다. 이는 중국(금17, 은8, 동15)과 인도네시아(금7, 은6, 동6)에 이어 3위의 성적이다.

다만 메달 대부분이 정식종목 채택 초반에 따낸 것이다. 1992 바르셀로나부터 2008 베이징까지 금 6개, 은 7개, 동 3개를 몰아서 땄다. 금메달도 2008 베이징의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이 마지막이다. 2012 런던과 2016 리우, 2020 도쿄에선 각각 동메달 1개씩이 전부였다. 더 나아가 올림픽도 아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노메달에 그치기도 했다. 세대교체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이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카롤리나 마린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코펜하겐=AFP연합뉴스

이렇게 침체에 빠졌던 한국 배드민턴이 다시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서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8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끝난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1977년 창설 이후 28회째에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선봉장은 역시 여자단식 안세영(21·삼성생명)이었다. 2021년 8강, 지난해 4강에서 번번이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던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6위)에게 2-0 완승을 거두며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자가 되는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7번 우승하며 지난 1일 여자단식 세계랭킹에서 생애 첫 1위에 오른 기세를 이어 시즌 8승과 함께 세계 최강자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혼합복식에선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 조가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통산 10번째 맞대결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따내며 ‘천적 관계’에 균열을 냈다. 서승재는 강민혁(24·삼성생명)과 조를 이룬 남자복식에서도 킴 아스트루프-안데르스 스코루프 라스무센 조(덴마크)를 누르며 금메달을 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 복식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조는 최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2021년 3위,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3년 연속 입상에 성공했다.

(왼쪽부터)서승재, 강민혁, 채유정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면서 5년 전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모를 씻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시 10년간 대표팀을 이끌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은퇴한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나서서 부진했지만 당시 쓴맛을 봤던 선수들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자카르타-팔렘방에서 1회전에 탈락했던 안세영이 대표적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에 걸린 메달은 총 7개(남자 단체전, 여자 단체전, 남자단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다. 현재 배드민턴 대표팀의 기세는 1994 히로시마와 2002 부산에서 기록한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4개)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