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관광은 필수가 아니다”… 국립공원 입장 막은 아프간 탈레반 정권

공중목욕탕·놀이공원 등 이어
반드에아미르 방문 제한 조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국립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27일(현지시간) 현지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칼레드 하나피 아프간 권선징악부 장관 대행은 여성들이 바미얀주 반드에아미르 국립공원(사진)에 입장하는 것을 막으라고 현지 성직자와 보안기관에 지시했다. 그는 여성들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여성에게 관광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치자의 댐’이라는 뜻을 가진 반드에아미르는 사파이어빛 호수와 독특한 지질구조가 빚어내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의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가 독특한 지질구조와 어우러져 아름답다”는 평가와 함께 2009년 아프간의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가 끝난 뒤인 2013년 처음으로 여성 공원 경비원을 고용하며 아프간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적도 있다.

마리암 솔라이만킬 전 하원의원은 이곳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반드에아미르는 어둡고 깊은 그림자에 가려 고요해졌지만, 아프간 여성들의 꿈은 잠들기를 거부한다”고 썼다.

리처드 베넷 유엔 아프간 인권보고관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는 데 여성의 반드에아미르 방문 제한이 왜 필요한지 누가 좀 설명해 달라”고 했다.

탈레반은 2021년 재집권 후 갖가지 여성 억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해 8월 미군 철수 뒤 탈레반은 여학생의 중고교, 대학 교육을 금지하고 여성의 공중목욕탕, 체육시설, 놀이공원 입장을 막는 등 공공영역에서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또 이 나라에서 살려면 여성은 국제기구에 취업할 수도, 미용실을 운영하거나 이용할 수도 없다. 심지어 탈레반은 길거리에서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발견할 경우 즉결 처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