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중국인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공원 조성을 놓고 국가보훈부와 광주시가 정면 충돌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하며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를 작곡했다. 6·25전쟁 때는 중공군 및 북한군을 돕기 위한 위문단에서 활동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8일 전남 순천역을 찾아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라며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란 말로 장관직을 걸 뜻까지 내비쳤다. 보훈부는 정율성 공원 조성을 막기 위해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정율성 공원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앞으로 기념사업을 잘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철 지난 매카시즘은 통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보훈부 등을 향해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