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단체 등 ‘정율성 공원 반대’에 “보훈부가 시켰다” 주장한 강기정 광주시장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29일 BBS 라디오서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에 “왜 반대하는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 논란이 한창인 지난 28일 광주 남구에 조성된 ‘정율성로’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공법단체 등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반대 배후에 보훈처, 즉 국가보훈부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9일 펼쳤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반대 신문광고 낸 분 중에 한 분이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라며 “이분은 2002년부터 8년 동안 남구청장으로 재임 중에 가장 앞장서서 정율성 기념관을 짓고 기념사업을 하자고 주장했던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그분이 갑자기 지금 반대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자신의 지적에 진행자가 “왜라고 보느냐”고 묻자, 강 시장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보훈단체들, 보훈처에서 시키면 안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보훈처는 국가보훈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강 시장은 지난 28일 광주시청 앞에서 공원 조성 철회 기자회견을 연 지역 보훈단체 등을 놓고도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강 시장은 자신의 발언을 확인하듯 ‘국가보훈부가 시켜서 한 일인가’라는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도 “당연히 시켜서 한다”는 말로 앞선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해서 “보훈처가 부로 되면 뭐하느냐”며 “분열시키고 갈등시키고 그러지 않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4·19 민주혁명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28일 조선·동아·문화일보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냈다. 이들 단체는 광주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4·19와 5·18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자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광고에서 밝혔다.

 

강 시장이 라디오에서 황 회장을 콕 집어 언급한 데는 과거 광주 남구청장 재임 시절인 2002~2009년에 황 회장이 정율성 기리는 사업을 적극 유치하고도 이번 광고로 180도 입장을 선회했다는 일부 지적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남구는 정율성의 이름을 딴 음악회를 2006년에 열었고 2009년에는 정율성의 이름을 딴 ‘정율성로(路)’를 지정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황 회장은 자신의 구청장 재임 당시 정율성에 대한 논란이 없었고 기념 사업 관련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 한·중 우호 관계 설정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과거 정율성 행적을 잘 알지 못했다면서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며 총 48억원이 투입되는 공원 조성 사업을 비판했던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전남 순천역에서 열린 ‘잊혀진 영웅, 호남학도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행사에서 “장관직을 걸고 반드시 저지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29일에도 SNS에서 “국민 혈세는 대한민국 존립과 국익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 된다”고 거듭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강 시장의 ‘보훈부는 논란을 멈추라’던 메시지를 의식한 듯 “철지난 이념 공세가 아니다”라면서, 박 장관은 “더이상 호국의 성지 호남을 더럽히지 말라”고도 받아쳤다.

 

강 시장은 이처럼 공원 조성 반대에 ‘직을 걸겠다’던 박 장관의 말을 놓고 라디오에서 “거기다 직을 왜 거느냐”며 “보훈부 장관은 광주시를 믿고 광주시장과 광주 시민을 믿고 독려하고(그래야 한다)”라고 반응했다. 같은 맥락에서 “광주시장을 신뢰하고 광주시에서 잘하라는 걸로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