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한 중학교 교사가 여학생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라 논란이다.
29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도자바주 라몽안의 수코다디 공립중학교에서 EN이라는 이니셜을 가진 한 영어 교사가 14명의 여학생을 불러 세웠다.
그는 학생들이 히잡을 쓸 때 머리카락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히잡 안쪽에 착용하는 밴드형 치풋(ciput)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이발기로 학생들의 머리카락 일부를 잘라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인권 단체들은 해당 교사에게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먼라이트워치(HRW) 인도네시아의 연구원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위협적인 사건"이라며 "라몽안 교육청은 이 교사를 해고하고 피해 학생들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리자 사두딘 자말 하원의원도 "치풋은 패션이고 히잡을 보완하는 것일 뿐 쓰지 않는다고 위법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교육을 위한 것이라 해도 이런 방법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여학생은 히잡을 미착용한 이유로 처벌받거나 퇴학당했다.
인도네시아는 6개의 주요 종교를 인정하고 있지만, 무슬림이 대다수인 이 나라에서 종교적 편협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교육 체계에서 무슬림 소녀와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는 법률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1년 초에 주립학교의 여학생과 여성에게 복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학교에서 종교적 복장을 규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몇 달 후 이 판결을 파기하고 18세 미만 학생은 복장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