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안에 망치 넣고 다녔다"…성범죄에 노출된 美 남극기지

크라이스트처치=AP뉴시스 제공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미국의 맥머도 남극관측기지에서 성범죄와 각종 폭행이 난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AP통신은 미국의 남극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연방 기관 국립과학재단(NSF)의 2022년 보고서를 인용, 남극에 파견된 전체 여성 중 59%가 성범죄와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72%의 여성은 남극에서 이 같은 행동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성적 가해나 괴롭힌 이후의 사후 조치였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해결을 빙자한 사건의 무마가 빈번했다고 AP통신은 밝혔다.

 

AP통신이 법원 기록, 전 현직 직원들 인터뷰 등을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용주는 괴롭힘이나 폭행에 대한 신고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피해자가 곤경에 처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가 자신을 더듬었다고 신고한 여성이 다시 그 동료와 일하게 된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용주에게 성폭행당했다고 말한 여성이 나중에 해고됐다. 신고된 범죄 내용이 강간에서 성희롱으로 격하된 경우도 있다.

 

미국 맥머도 미국 남극기지에서 정비공으로 근무하고 있는 리즈 모나혼(35)은 2021년 뉴질랜드 출신의 한 남성에게 호감을 품었으나 그에게 위협을 받은 후 자신의 작업복이나 스포츠브라 안에 망치를 넣어 휴대하고 다닌다. 문제 발생 시 호신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모나혼은 위협받았던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했으나 그 어떤 보호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나혼은 그때를 회상하며 “나를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우린 얼음 위에 갇혀 있었다”며 “나는 살아남기로 결심했었고 그가 가까이 오면 휘두를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고서와 논란이 터져나오자 미국 의회는 조사에 착수했다. 의회는 연구 용역을 수주한 업체 ‘레이도스’는 의회에 제출한 서면에서 2022년 4월부터 5월까지 남극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레이도스는 의회 청문회에서 여러 침실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고, 기숙사 방문에 구멍을 뚫어 누가 밖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현장에 위성 전화를 추가하겠다고 답했다.

 

이 사항을 전해 들은 캘리포니아주 마이크 가르시아 하원의원은 깜짝 놀라며 “남극에 대원을 보내기 전에 이 같은 조치는 미리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지난해 남극 대륙의 안전을 개선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국립과학재단은 이제 레이도스가 성폭행 및 괴롭힘을 포함한 중대한 건강 및 안전사고를 즉시 보고하도록 요구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사무실을 만들고 피해자 보호를 제공하며 24시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