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래비스 공군기지 인근 토지 매입 구매자 밝혀졌다

스티브 잡스 부인 등 IT 유명 인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추진 공개
“실리콘밸리 직원 주택 고민 해결”
샌프란시스코서 차로 1시간 거리
서울시 면적 3분의1 몰래 사들여
한때 중국 배후설 소문 퍼지기도

비밀리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 근처 부지를 매입해 ‘중국 배후설’ 등이 제기됐던 구매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레이드 호프먼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와 애플을 창업한 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린 파월 잡스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미 서부 목초지대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도시 예정지역인 트래비스 기지 근처 공터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데다 군기지 주변에 위치해 사실상 버려진 땅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밖에 안 걸려 접근성이 뛰어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 사진=홈페이지

호프먼 등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개발업체를 세우고 2017년부터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5년간 8억달러(약 1조원) 넘는 돈을 들여 구입한 땅의 면적은 5만2000에이커(약 210㎢)가량.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3분의 1 정도로, 이들은 이 지역에 수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에너지와 공공 교통을 제공해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는 IT업계 노동자들의 주택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한때 이 지역 토지 매입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루머가 돈 것은 투자자들이 이런 목표를 공개하지 않고 정체도 숨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트래비스 기지를 감시하려고 땅을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개러멘디(민주·캘리포니아) 연방하원의원은 “트래비스 기지 철책 바로 앞에 의도적으로 땅을 사들인 점 자체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에서는 중국 기업이 공군기지 인근에 옥수수 제분소를 짓겠다면서 현지 농민으로부터 370에이커(약 1.5㎢)의 토지를 사들여 문제가 됐다. 일부 주민은 제분소가 중국의 염탐 활동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고 미 공군 역시 제분소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도 2021년 중국군 장성 출신 사업가가 공군기지 인근에 13만에이커(약 526㎢)의 토지를 사들여 여론을 자극한 바 있다. 이후 텍사스주는 주요 시설 인근에 외국 기업체의 토지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방정부까지 나서게 되자 투자자들은 최근 신도시 개발계획을 공개하고 주민들과 접촉에 나섰다. 개러맨디 의원은 지난 4년간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면서 최근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 대표들이 그와 다른 지역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회의를 요청했다고 NYT에 전했다.

2017년 신도시 개발계획을 제안하고 투자자들을 모은 벤처투자가 마이클 모리츠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계획이 현재 고려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실현된다면 엄청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주택 가격 상승, 노숙자, 교통 혼잡 등 우리 모두가 느끼는 실리콘밸리의 압박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모리츠는 해당 토지는 주거용이 아니며 캘리포니아주의 복잡한 개발 절차 때문에 용도 변경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NYT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려면 주민발의 제도를 이용해 토지 용도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