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영 공백을 이어온 재계 서열 12위 KT[030200]가 김영섭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 선임안은 전체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김 대표는 선임 직후 주주들에게 "KT그룹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력, 사업역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생인 김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 계열사에만 40년 가까이 몸담아왔다.
업계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받으며, LG CNS 사장 재직 당시 조직 구조 효율화 및 체질 개선 작업에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를 지내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키웠다.
김 대표 선임으로 KT 경영권을 둘러싼 9개월여 동안의 혼란상에 마침표가 찍혔다.
앞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례로 대표이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여권의 반대 속에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행동에 나서면서 낙마했다.
구 전 대표가 사임한 3월 말 이후 5개월 동안은 직무대행 체제로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왔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으며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등 경영 안정화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전임 경영진의 배임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직 안정화와 기업 구조 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중책을 떠안았다.
김 대표가 내정 이후 별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는 등 외부 노출을 삼가며 업무 파악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머지않은 시점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어지러운 조직 분위기를 먼저 추스르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쇄신 작업이나 구조조정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다음 달 7∼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 360 APAC' 기조연설을 통해 KT 대표로서 공식 석상에 데뷔하고 경영 및 성장 비전과 전략을 내놓을 전망이다.
'러닝메이트' 성격의 사내이사로는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이 이날 주총에서 선임됐다.
1967년생인 서 부사장은 2021년 전국 유·무선 인터넷이 마비된 네트워크 장애 당시 사고 수습을 맡은 인물로 사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김 대표와 서 부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다.
경영 계약서 승인의 건과 복수 대표이사 제도 폐지에 따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도 주총을 통과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