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남자 사랑한다”...성 정체성 숨기고 결혼한 남편, 혼인 무효 가능할까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 캡처

 

성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남편 때문에 큰 충격에 빠진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9일 방송한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에서는 옆집 남자와 동성 연애를 하다 아내에게 발각된 남편이 등장했다.

 

사연자 여성은 레지던트 4년차 외과의사인 남편을 대신해 혼자 결혼 준비를 도맡아 했고, 신혼 여행까지 미뤘다. 결혼 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응급 수술 등 이유로 남편은 잦은 외박을 했다. 바쁜 남편을 위해 저녁 식사를 챙겨 병원으로 향해도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느날 남편은 아내에게 병원 후배 의사를 소개시켜줬다. 남편은 “집에 문제가 좀 있어서 며칠만 우리 집에서 지내라고 했다”며 그를 집에 머물게 했다.

 

후배 의사는 이후 아예 부부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다. 그렇게 남편의 생일 날이 다가오고,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기 전 음식을 들고 후배 의사 집을 찾았다.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 캡처

 

아내는 현관문이 열려있고, 집 안에 놓인 남편의 신발을 보게 되며 의구심을 품는다. 문 앞에서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내는 집 안으로 들어와 안방 문을 열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진다. 바로 남편과 후배 의사가 연애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아내는 혼란을 느끼고 방을 나오던 중 욕실에서 속옷만 입은 채 나오는 두 사람과 마주친다.

 

이 장면을 보던 MC 이지현은 “저걸 보고 어떻게 맨정신에 사냐”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김용명은 “그동안 그럼 집에 안 들어온 이유가 둘이 중간에 자주 만났다는 것 아니냐”라며 혀를 내둘렀다.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 캡처

 

결국 남편은 “나 남자 사랑해. 당신에게 정직하고 싶다. 그게 당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라며 뒤늦게 실토했다. 이에 김준현은 “사랑할 수 있다. 그러면 왜 결혼했냐”며 분노했다.

 

남편은 “그래도 당신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에 아내는 “왜 내가 만만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숨기기에 적당해서 그랬냐”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남편은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이혼은 하지 않겠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여 주면 안되냐”며 되레 아내를 설득하려 했다. 사연을 듣던 김지민은 “왜 동성애를 숨기고 위장 결혼까지 해서 여자의 인생에 태풍을 몰고 오느냐”며 분개했다.

 

‘유럽 쪽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지 않나’는 질문에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는 “유럽은 몇 년 전부터 동성 부부도 이성 부부처럼 인정하는 추세다. 그래서 요즘 동성 결혼이 많아졌다”고 동성 결혼 실태를 전했다.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 캡처

 

특검 출신 형사 전문 이언 변호사는 ‘성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하는 사례가 많은가’라는 질문에 “최근 많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약간 과도기다. 동성애자로서 성정체성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이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느냐에 대한 권리 찾기는 활발한 반면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어 이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의 불륜남을 상대로 상간자 소송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이 사건은 바람을 피운 두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한 것”며 “남편이 부부 사이에 정조 의무를 위반했고, 불륜 상대는 그 의무를 같이 위반한 공범이다. 남녀를 무관하고 정조 의무를 위반한 것은 동일하다. 따라서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상간자 손해 배상 소송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SBS Plus·ENA ‘리얼 로(Law)맨스 고소한 남녀’ 캡처

 

다만 “이혼 또는 혼인 취소는 가능하지만 혼인 무효는 어렵다. 무효를 한 번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이 깨질 우려가 크다. 한정적인 무효 사유 중 ‘진정한 혼인 의사에 합치가 없었을 때’ 정도가 있는데, 한쪽 혼인 의사가 없지만 혼인 신고 된 경우만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같은 경우엔 이 사유에는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