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주서 연고지 변경 승인돼 최형길 단장 “팬들께 죄송할 뿐” 경기장 늑장 건설 등 논란 이어져 전주시 “졸속·일방적 결정 유감”
프로농구 KCC가 23년간 머물렀던 전주를 떠나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긴다. KCC는 전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전주시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전주시는 KCC가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이전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2001년 대전 현대를 인수하며 전주에 터를 잡은 KCC는 2023~2024시즌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을 안방으로 사용하게 됐다. 사직체육관은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두 구단은 홈경기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이로써 부산은 KIA(1997∼2001년)와 KT(2003∼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농구단을 맞게 됐다. 최형길 KCC 단장은 “농구에 대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관심이 높았다”며 “부산시는 이전에도 프로농구단이 있었고 또 ‘오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전주 팬들”이라며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KCC의 이전설은 꾸준히 나돌았다. KCC가 홈으로 사용했던 전주체육관은 1973년 지어져 낙후됐지만 전주시는 농구단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KCC가 떠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전주시는 2023년까지 신축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주시는 전북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을 위해 2025년까지 체육관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최 단장은 “전주시가 지난 4월 KCC에게 체육관을 직접 지으라고 요청한 뒤 5월에는 야구장 건립 활용을 논의했다”며 “농구가 뒷전이 됐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자 전주시는 이달 초 부랴부랴 공사 발주를 시작했다. 전주시는 새 체육관이 2026년 완공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각종 행정절차가 늦어질 경우 경기장은 더 늦게 문을 열게 된다.
전주시는 KCC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전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KCC가 언론에 이전설을 흘리면서도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며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팬들은 전주시 홈페이지에 허탈감과 함께 “전주시와 시장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최고 명문구단이 최고 연고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