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최형길 단장 “‘구장 직접 지어라’ 통보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전주 팬들께 죄송”

30일 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연고지 이전을 발표하는 최형길 KCC 단장. 연합뉴스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긴 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최형길 단장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연고지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30일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KCC는 부산 BNK 썸(여자 프로농구단)과 함께 부산 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최 단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고지를 옮기면서 가장 고민이 되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역시 22년간 응원해주신 전주 팬들(의 마음)”이라며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얘기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연고지인 전주와 여러 이유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늘 이런 방식으로 (연고지 이전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최 단장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올해 4월이었다”며 “새 체육관을 저희(KCC)보고 직접 지으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5월에는 전주시와 프로야구 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보고 ‘농구는 뒷전이 됐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야구의 인기에 농구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반성도 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새 연고지로 부산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박형준 시장께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제로도 잘하신다고 들었다”며 “부산은 예전에 프로농구단이 있다가 없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농구단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에는 부산 기아(1997년∼2001년), 부산 kt(2003년∼2021년) 프로농구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각각 울산 현대모비스, 수원 kt로 바뀌어 새 연고지로 떠났다.

 

최 단장은 “부산에서 ‘KCC가 오면 후회하지 않고, 잘 왔다는 얘기를 듣게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해주셨다”며 “부산 팬들이 열광적이시기 때문에 그런 응원에 부응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KCC의 새 홈 경기장은 부산 사직체육관이다. 최 단장은 “사직체육관을 홈으로 쓰는 여자프로농구 BNK와 일정 등을 조율해서 같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2 연고지로 활용한 전북 군산에 대해서는 “저희 연고지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지원금까지 주시겠다고 했으나 연고지를 바꾼다면 큰 시장에 가서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KBL과 다른 구단에 불편을 끼쳐 양해를 구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체 농구 발전을 위해 새로 태어나는 구단이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주시는 KCC의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이 낙후됨에 따라 2019년 신축 체육관 건립을 발표했다. 새로운 구장은 2023년 완공 예정이었다.

 

그런데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유치를 위한 야구장과 육상경기장 건립이 적극 추진되며 체육관 건설은 진척이 더뎌졌다. 여기에 더해 체육관 신축 백지화 소식이 전해지며 체육관의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전북대학교가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입장을 시를 통해 KCC측에 전달하자, 구단은 연고지 이전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