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허용하지 않은 미국 금융당국에 대해 미 법원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새 7%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통해 전통 금융권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0일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오후 11시 기준 3455만원에서 같은 날 오후 11시45분 3655만원으로 1시간도 안 돼 5.8% 급등했다. 이날도 상승세는 이어져 오전 2시 기준 3696만원까지 올랐고 오후 3시 기준 3628만원에 안착했다. 이더리움 가격도 전날 오후부터 이날까지 약 5% 상승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미국 금리인상 부담감에 10% 가까이 급락한 이후 약 2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는 29일(현지시간) 판결 직후 이뤄졌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SEC는 유사상품과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며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 신청을 반려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는 신청서를 냈고 SEC가 이를 반려하자 같은 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사들의 디지털자산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금융사들의 관심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비트코인 가격은 하단을 계속 높여가고 있으며 4만달러(약 5300만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 SEC가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하며 관련 규제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은 리스크로 꼽힌다.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는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49%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가상자산의 거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매출액은 48% 감소했다. 빗썸도 2분기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 법원의 판결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사실상 승인된 거라는 분위기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EC의 가상자산 규제 의지가 아직 강한 것으로 보여 미국 내 규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