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쿠데타… 한국인 1명 군부에 체포

봉고 대통령 3연임 확정에 반발
영부인 비서관 근무… 교민 44명

중부아프리카 가봉에서 대를 이어 장기 집권해 온 알리벤 봉고온딤바(64)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3연임을 확정하자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봉고 대통령 부인의 한국인 비서관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 고위 장교들은 이날 국영 ‘가봉24’ TV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현 정권을 종식함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봉 공화국의 국가 기관들은 해산됐으며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모든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했다. 군부는 “봉고 대통령의 아들이자 고문인 누레딘 봉고 발렌틴, 이안 기슬레인 응굴루 비서실장과 그의 대리인, 다른 두 명의 대통령 고문, 집권당인 가봉민주당(PDG)의 고위직 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는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중부아프리카 가봉의 군부 지도자들이 30일(현지시간) 국영방송에 출연해 쿠데타를 선언한 뒤 알리벤 봉고온딤바 대통령의 3연임을 무효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봉24 제공, AFP연합뉴스

봉고 대통령이 가택 연금된 가운데 영부인 비서관으로 근무해 온 한국인 1명도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 경호실에서 일하는 다른 3명의 한국인 경호관은 체포를 피한 채 숙소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권도 9단 박상철 사범이 1984년 봉고 대통령의 부친 오마르 전 대통령 경호관으로 발탁된 이래 다수의 한인이 가봉 대통령실에서 일해왔다. 현재 가봉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은 44명으로 확인됐다.

 

이번 쿠데타는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봉고 대통령이 3연임을 하게 된 것이 직접적 배경이 됐다. 앞서 가봉 당국은 이날 봉고 대통령이 64.27%의 득표율을 기록해 30.77%의 야권 후보 온도 오사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42년간 집권한 아버지에 이어 지난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온 봉고 대통령의 임기가 7년 연장되자 그간 누적됐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 공정성 시비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 서·중앙아프리카에서 벌어진 8번째 정권 전복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니제르 정권이 군부 손에 넘어가 사하라사막 이남 사헬 지역의 쿠데타 벨트가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