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안산시…‘시민구단’ 비리 이어 ‘도시개발’ 분란 [밀착취재]

안산도시개발 노사갈등 심화,
“노조탄압” vs “자료 유출” 대립
사장추천위 과반수 市가 임명,
市 “지도·감독 권한 없는 별개 조직”
양측 고소·고발 격화에 시장 ‘침묵’,
회사 설립 조례에는 지도·감독권 명시
시민구단 ‘그리너스FC’는 檢 수사 받아,
구단주 이민근 시장 “송구하다” 사과

경기 안산시 출자기관인 안산도시개발의 대표이사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산도시개발 노조는 최근 노조탄압을 이유로 대표이사 해임을 촉구했고, 사 측은 노조위원장을 자료 불법 유출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안산도시개발 노조는 30일 안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 출신인 이화수 대표의 해임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대표가 노조를 탄압하며 노조위원장을 폭행했다”고 주장한다.

경기 안산시청. 안산시 제공

◆ 상반된 주장에 해결 난항

 

노조는 “지난 5월 외부기관에 이 대표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감사가 진행됐는데 (이 대표가) 노조위원장이 민원자료를 제공했다고 믿고 6월부터 노조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와 갑질 등 지속적인 노조탄압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이달 9일 단협 해지통보를 하고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것이 목표’라고 회사 직원들에게 말했다”면서 “이 대표의 주말 관용차량 운행 내역을 노조위원장과 노조 총무부장이 갖고 있다는 추측만으로 두 사람의 PC를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노조위원장의 팔을 꺾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은 이날 집회에 앞서 외부에 알려지면서 안팎의 이목을 끌어왔다. 황희선 노조위원장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연락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폭행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경찰에 이 대표를 고소했다”고 말했다.

 

사 측은 노조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지 노조를 탄압하거나 근로조건을 저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휴일 직원들 애경사 때 부득이하게 기사를 대동해 갔는데, 노조 간부가 차량 운행기록 같은 회사자료를 몰래 노조위원장을 통해 제3자(전 시의원)에게 제공했다”며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위원장과 노조 총무부장, 전 시의원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위원장이 회사가 지원한 학자금 가운데 일부를 부정수령한 것이 있어 감사를 진행 중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사 측은 대외협력감사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방어에 나선 상태다. 사 측은 외부 노무법인을 선임해 노조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안산시, ‘출자기관 지도 권한’ 부인…시장은 ‘무응답’

 

안산도시개발은 안산·시흥·화성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회사다. ‘안산도시개발주식회사 설립 및 운영 조례’는 이 회사의 존립 목적을 집단에너지사업 등을 통한 주민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밝혔다.

 

1995년 관련 조례에 따라 설립됐으나 1996년 1월 경영권을 지역난방공사에 이양했다. 이후 2009년 13년여 만에 다시 경영권을 안산시 등이 되찾아왔다. 안산시와 ㈜삼천리, 안산상공회의소가 합작투자 계약을 맺으며 공동으로 경영하는데 안산시(49.9%), ㈜삼천리(49.9%), 안산상공회의소(0.2%)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임명은 애초 안산시장이 추천하고 안산도시개발 주주총회에서 임명하는 형태를 띠었으나 정관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올리면 주총에서 의결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시에는 감독권한이 없는 주식회사 형태의 별개 조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임명을 위해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에 안산시가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적으로 시가 5명의 위원 가운데 과반인 3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추천위에서 자체적으로 내세운다. 노조 관계자는 “시가 나머지 2명의 추천위원 임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회사의 대표이사에는 통상 지방선거 캠프 관계자나 시장과 같은 정당에 몸담은 정치인 등이 임명돼왔다. 박기춘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퇴임 정치인이나 시장 측근들이 대표를 맡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직인 이 대표도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 한국노총 부위원장 등을 거쳐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안산 상록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안산시의회 의원들은 같은 보수정당 소속인 이민근 안산시장에게 이번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 출자기관인 안산도시개발은 ‘지방출자출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가 사실상 지도·점검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행정감사에도 대표이사가 출석 요구를 받는다. 

 

박태순 의원은 “지난 회기 때 안산도시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시의회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산도시개발주식회사 설립 및 운영 조례’(2018년 5월)는 이 회사의 수권자본금을 200억원으로 규정하면서 다양한 시장의 권한을 명시했다. △시가 소유하는 주식에 대한 주주권은 시장이 행사(7조) △지자체 등 위탁사업 대행(10조) △지자체의 회계년도와 회사 사업년도 통일(11조)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회사의 경영전반에 관해 평가(12조) △시장이 회사의 업무, 회계 및 재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검사와 지도를 하고, 필요한 보고와 관련서류 제출 요구(13조) △시장의 권한 일부를 대표이사에게 위탁(14조) △100분의 5 범위에서 공무원 파견·겸임(15조) △지방비 지원(62조) △시장 요구에 따라 대표이사가 회계내역 보고(63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안산시장이 임명한다는 내용은 없으나 시의 지분과 주주권 행사 등 관련 내용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방출자출연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지자체장은 출자·출연 기관에 대해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임원의 비위행위에는 수사·감사기관에 수사나 감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당연규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안산도시개발의 대표이사는 국내 관련 공기업이나 다른 지역 도시공사 사장보다 높은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시의회에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대표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대주주인 안산시의 이민근 시장은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날 노조가 면담을 요청하며 시장실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이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FC’는 입단 비리 의혹

 

앞서 안산시는 프로축구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FC의 전 대표와 구단 관계자 등이 선수 입단 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물의를 빚었다.

 

안산 그리너스FC는 프로축구 2부리그인 K리그 2에 속해 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선수 입단을 대가로 돈이 오간 의혹과 관련해 안산 그리너스FC의 전 대표이사와 구단 직원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구단주인 이민근 시장은 지난 28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안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민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