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軍 ‘상관모욕죄’,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 소지 있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군형법에 있는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에 대해 군인의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법률주의 원칙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지난 29일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64조 제2항인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사건번호 2022헌가7)이 계류 중이다. 위헌법률심판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제청했다.

 

제청 이유는 두 가지다. 해당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범죄의 죄질이나 행위자 책임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형법상 모욕죄와 달리 벌금형을 부과할 수 없어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적절한 양형이 불가능해 형벌 개별화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상관공연모욕죄 입건 현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87건에서 2022년 363건까지 뛰었다. 상관공연모욕죄는 군형법상 상관 명예 관련 범죄의 90%를 차지했다. 이는 형법상 명예에 관한 죄 중 모욕죄의 비율(69.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군 상관공연모욕죄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은 31.0%, 집행유예·선고유예 판결 비율은 각각 59.9%, 30.7%였다. 2021년 기준 형법상 모욕죄 등의 관련 비율(기소유예 7.2%·집행유예 6.2%·선고유예1.9%)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았다.

 

인권위는 해당 위헌법률심판이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라고 인정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논의 결과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모욕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가 공석인지 사석인지, 모욕 표현의 내용이 공적 사안인지 사적 사안인지, 모욕 행위의 대상인 상관이 순정상관(직속상관)인지 아닌지, 직무수행 중인지 아닌지 등을 불문한다는 점이 있다.

 

상관이 없는 곳에서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일상적인 대화로서 한 상관에 대한 모욕적 표현, 이른바 뒷담화까지도 벌금형 없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만 처벌하도록 하는 점도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군인의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가능성도 제기됐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충족된다고 할 수 있으나 현행 상관공연모욕죄 조항은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법정형에 벌금형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군형법 제2조 제1호가 상관의 개념을 너무 넓게 정의하고 있어 준상관 중 ‘같은 계급의 상위 서열자’에 대한 모욕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상관공연모욕죄 조항 위반으로 해당 군인이 받게 될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 사례의 경우 독일 군형법(Wehrstrafgesetz)에는 상관 모욕죄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일반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만 육해공군형법(陸海空軍刑法)은 상관모욕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벌금형도 두고 있으며 징역형의 상한(上限)도 우리보다 낮다.

 

미국 통일군사법전(UCMJ)과 영국 군대법(Armed Forces Act 2006)도 상관모욕죄의 징역형 상한이 각각 1년 이하(지휘관이 아닌 상급 장교에 대한 무례는 6개월 이하), 2년 이하로 우리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인권위원 3인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