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촉구했다.
거대 야당 대표가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하반기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을 바라보는 당내 비이재명계 시선은 곱지 않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층 결집, 검찰 수사 회피, 비명계 제압을 위한 단식”이라며 “이정현·황교안 두 정치인의 단식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2016년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안 처리에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에 나섰다가 7일 만에 끝낸 바 있다. 미래통합당 황 전 대표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에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8일간 단식했다. 두 단식 모두 결과적으로 아무런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폭로해야 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모든 시선이 이 대표 단식에 쏠리는 것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잖다.
국민의힘은 ‘뜬금포 단식’이라며 맹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거대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자꾸 민생 발목 잡는 일을 하는지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찾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인 비리 수사에 단식으로 맞서는 것인가. 워낙 맥락 없는 일이라 국민들께서 공감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저희는 이 대표 조사를 진행했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보강수사 결과와 제반사항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절차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단식이나 건강에 대해선)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 상황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