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로 제주 온 유커 “제주 수산물은 안전하죠?” [르포]

6년 5개월 만에 중국발 크루즈 입항
660여명 제주 여행…체류시간 짧아 아쉬워

“제주 수산물은 안전하죠?”

 

31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블루드림스타호(2만4782t, 정원 1275명)에서 내린 크루즈 유커(중국인단체관광객) 일부는 제주항에서 가까운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중국 현지 모객을 담당하는 여행사 대표와 직원들. 기항지 투어 프로그램 사전 답사 차 이 곳을 방문했다. 시장 이곳 저곳 들러보다가 특히, 수산물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중국의 반일감정이 격화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인들에게 “제주산이 맞냐”라며 수산물 원산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일부는 한치회와 딱새우회 등 수산물을 직접 맛 보기도 하고 젖갈류에도 관심을 보였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2만4782t)가 31일 오후 제주항에 입항하고 있다.

절강성 국제여행사 루통씨는 “코로나19(경제활동 재개) 이후 가장 먼저 제주행 크루즈에 오를 수 있게 돼 설레는 느낌”이라며 “제주항 붉은 등대의 멋스러움은 잊히지 않는다. 제주의 미래 관광시장 전망이 밝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용 안돼 불편

 

전통시장에서 중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쉬워했다.

 

가이드 임홍은씨는 “중국인들은 신용카드보다는 간편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를 통해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라며 “시내 편의점이나 대부분 매장은 중국 현지에서 결제하던 방식 그대로 한국 가맹점에서 이용이 가능한데 전통시장은 아직 구축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광객 660여명을 태운 중국발 크루즈선이 6년 여만에 제주를 찾았다. 지난 2017년 3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중국발 크루즈선이 완전히 끊긴 후 6년 5개월 만이다. 중국의 한국행 단체여행이 전면 허용된 이후 한국을 찾은 첫 크루즈다.

 

앞서 인천과 평택 등을 통해 중국발 카페리가 입항해 100명 안팎의 관광객과 보따리상 등이 입국한 바 있지만 크루즈 관광객은 아니었다. 이날 블루드림스타호에서 내린 유커는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세관·출입국·검역(CIQ) 절차를 거쳐 제주에 첫 발을 디뎠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오랜만에 제주를 찾은 중국 크루즈 관광객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

중국발 크루즈 제주항 첫 입항 환영 행사.

전통풍물패 공연과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한복을 입은 도우미들이 꽃다발과 환영 기념품 등을 전달하고 자치경찰 기마경찰대가 환영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이날 가장 먼저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마자쥔(40·상하이)씨는 “6년 반 만에 처음으로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참 전에 제주에 왔었는데 그동안 새롭게 바뀐 이색 카페라든지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다니는 맛집 투어 등 여러 가지 체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제가 사는) 상하이 지역은 제주와 가깝고 크루즈, 항공편이 많기 때문에 (제주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며 “면세점 쇼핑, 먹방 투어 이런 욕구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나나(상하이·36)씨는 제주의 문화와 한류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나씨는 “풍물패부터 시작해 저희를 진심으로 환대해주셔서 정말 기쁘다. 인터넷으로 제주 해녀 스토리를 많이 봤는데 이번에 해녀와 관련한 부분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 한국 드라마나 K팝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원래 한국을 꼭 와보고 싶었다. 이번에 크루즈 관광이 재개돼 제주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찾은 유커.

샹위청 상하이 블루드림국제크루즈유한공사 부사장은 “제주도는 모든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테마를 갖고 있고, 모두가 좋아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행 상품이 정말 많다. 앞으로 계속해서 입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승객 660여명은 대형버스 17대에 나눠 탑승해 용두암과 해안도로 등 관광지와 면세점 쇼핑 등 단체관광에 나서 전세버스·여행사·면세점 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체류시간이 5∼6시간으로 짧은 데다 쇼핑이 시내면세점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시장 방문을 제외하면 660여명 중 80명가량만 시내 음식점을 이용하고 전통시장 방문객도 40여명에 그쳤다.

 

당초 성산일출봉과 성읍민속마을 투어 코스를 기획했지만, 시간에 쫓겨 일정을 취소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찾은 유커.

크루즈 관광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체류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를 위해 음식, 쇼핑, 즐길거리 등 다양한 기항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출국 수속시간 단축도 요구된다.

 

이날 크루즈 기항지 투어를 담당한 뉴화청여행사 우영매 대표는 “투어 상품은 8시간 체류일정에 맞춰, 길게는 6시간 상당 쇼핑(시내면세점)과 관광지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했다. 지역상권에 파급효과를 키우기 위해선 더 다양한 상품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더 많은 규모 있는 크루즈가 들어올 계획인 만큼, 방문객들이 체류시간 내 충분히 지역 먹거리나 쇼핑 등을 즐기며 씀씀이를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항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제주시내 한 화장품 전문 매장 찾은 유커.

◆중국발 크루즈 연말까지 47차례 기항

 

중국발 크루즈선은 이날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주를 찾는다. 31일 블루드림스타호를 시작으로 드림호(7만7000t급), 메디테라니아호(8만5000t급) 등 중국발 크루즈선은 앞으로 12월까지 47차례 제주항과 서귀포 강정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올 한해 중국과 일본 등 16개 선사의 크루즈 18척이 82차례(제주항 59차례, 강정항 23차례)에 걸쳐 선석 배정을 신청했다.

 

이 중 현재까지 크루즈선이 28차례 기항하면서 4만70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으며, 앞으로 중국발 등 모두 54차례 기항을 통해 관광객 6만여명이 더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제주항과 강정항에 입항 의사를 신청한 크루즈선은 현재 334여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80%가 중국발 크루즈선이며, 이를 통해 약 9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찾을 예정이다.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크루즈가 가장 활발하게 왔던 2016년처럼(507회) 크루즈관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크루즈산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제주가 동북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