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11년 후에는 일반상대성이론도 내놓으며 ‘세기의 천재’로 이름을 남겼다.
일반인에게 상대성이론은 이 한 문장이 거의 전부다. ‘난해한 물리학’의 상징 같은 존재이기에 대중적 이해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물질과 중력에 관한 보편적 법칙을 말해주는 물리학 이론 중 하나다. 난제는 이론을 서술하는 수학의 언어다. 일반공변원리, 동등성원리 등 낯선 개념부터 비유클리드 기하학까지 알아야 비로소 이해가 가능하다. 사실상 ‘쉽게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은 형용모순이다.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인 김재영 물리학박사는 신간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이런 간극 좁히기를 시도한다. 그동안 상대성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천재적 삶이나 초끈이론과 다중우주의 배경으로만 다뤄지거나, 쉬운 접근을 위해 논리적 비약이 될 수 있는 비유를 사용되는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저자는 상대성이론의 역사적 전개와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이 사상사에 가져온 인식의 변화와 과학 문화에 기여한 점을 세세히 소개한다.
책은 상대성이론이 무너뜨린, 뉴턴의 고전역학 등장 과정부터 시작한다.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공간에 대한 논쟁 등이 있었지만 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뉴턴의 이론은 200년간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뒤집힌 것이 1905년. 이후 10년간 추가 연구를 통해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이론을 모든 좌표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왔다. 책은 여기에 큰 역할을 한 헤르만 민코프스키, 다비트 힐베르트 등 물리학계의 흐름과 논의를 차근차근 짚어준다.
여기에 다양한 자료 사진과 삽화, 도표, 에피소드를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가령 아이작 뉴턴이 ‘흑사병 창궐’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생각했다는 일화를 보자. 저자는 이것이 뉴턴 매제의 떠벌림일 뿐, 당시 정치·사회 전반의 사정과 미발표 논문 등을 감안하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봤다.
아인슈타인의 명성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전해진 모습도 흥미롭다. 잡지 ‘공우’에 ‘빛에도 무게가 있다’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신문에서도 아인슈타인을 ‘아박사’로 칭하며 그의 기사를 다뤘다. 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인슈타인을 만난 황진남은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심연한 의의는 이해치 못하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