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자녀를 띄워주겠다며 ‘잡종강세’, ‘튀기’ 등으로 지칭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이번에는 수해 집회 참여 농민과 함께 면담을 요구한 진보당원들을 가리켜 ‘이상한 세력’, ‘불순세력’으로 지칭하며 거부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진보당은 ‘전체주의적 망언’이라고 발끈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정 시장은 곧바로 수해 농민 면담과 동시에 해당 정당에 유감을 표명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진보당 익산시지역위원회는 1일 익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이 지난달 28일 수해 농가 집회에서 농민들과의 면담을 거부한 이유로 진보당 등 불순세력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며 “주민 손으로 선출된 단체장이 공당을 불순세력 운운하며 매도했다는 소식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시장은 같은 달 31일 공직선거법 최종 무죄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수해 주민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이유로 “이상한 세력·불순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이상한 세력·불순세력’은 당시 익산시청 앞에서 열린 수해 농가 집회에서 보상을 촉구하는 농민회원들과 진보당원을 지칭한 것이다.
정 시장은 또 “(선거법 무죄 확정을 계기로) 익산시가 하나로 통합돼 더 큰 길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진보당은 “주민의 손으로 선출된 단체장이 국회와 전북도의회, 익산시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당을 불순세력이라고 운운하며 매도했다는 소식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수해 발생 이후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농민과 함께 땀 흘리고, 한편으로는 국회와 전북도를 찾아가 온전한 피해 보상과 실질적 수해 대책을 촉구하며 피해 농민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도 정 시장이 진보당을 불순세력이라고 운운하는 발언을 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이런 정 시장의 발언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는 전체주의 독재 망언이자 익산시민에 대한 모독, 모욕”이라며 “공당을 음해·부정한 망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 시장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순수 농민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진보당이 면담에서 빠지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언제든지 농민들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산시는 곧바로 이날 북부청사 강당에 ‘수해 농민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정 시장은 수해 지역 농민 13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아픔을 더 깊게 헤아리지 못했던 책임을 통감하고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통해 실질적인 보상안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불순세력’ 등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과 함께 사과를 표명했다. 정 시장은 “며칠 전 시청 앞에서 고생하셨는데 제가 동참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린다”며 “농민 여러분들과 직접 소통은 수시로 하고 있고 언제든 환영이지만 직접적인 소통이 아닐 경우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나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 시장은 앞서 2019년 5월 열린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에서 축사를 통해 다문화가족 자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당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다.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정 시장은 이와 관련한 언론 해명에서도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그랬다.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더 큰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