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을 찾았다. 빨간티를 입은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박 대령의 손을 잡고 동행했다. 하지만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법원 측이 열어주지 않아 2시간 넘게 실랑이가 이어졌고, 검찰단이 구인영장을 집행해 박 대령을 군사법원으로 데려갔다.
박 대령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 장면을 본 대한민국 해병대 전우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불타올랐다. 지난해 6월23일 생긴 자유토론실에는 총 69개(2일 오후 2시 현재) 글이 올라와있는데, 채 상병 사건 이후 관련 게시글이 60여개다. 대부분 박 대령을 응원·지지하고, 해병대 전우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게시물을 살펴보면 “해병대여 정의 앞에서 숨지 말고 당당하게 불의와 싸웁시다”, “박정훈 대령이 참된 해병입니다”, “해병대 사령관은 어디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부끄러운 해병대전우회중앙회” 등 제목을 달고있다. 또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대통령실 수사개입 사건 힘을 합칩시다”라던가, “전국 해병 플래카드 달기 운동 하자” 등 내용도 있었다.
고 채 상병은 지난 7월19일 오전 9시3분쯤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날 저녁 11시10분쯤 실종 지점에서 5.8㎞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7월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결재까지 끝냈다.
하지만 다음날인 31일 이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앞두고 해병대 지휘부에 이첩을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러한 지시를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 대령에게 전달했으나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측 주장이다.
이에 해병대는 이달 8일 오전 해병대사령부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을 심의위원장으로 하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고 항명 혐의로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이후 박 대령에게는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 중 일부가 이종섭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까지 더해졌다.
국방부는 8월2일 경북경철청으로부터 조사 보고서를 회수했고, 이번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조사본부는 채 상병 순직 36일 만인 8월24일 해당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30일 항명과 국방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인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군사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사법원은 1일 박 대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