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부채질 한 ‘50년’ 논란… 1년9개월 만에 1조6000억 폭증

금융당국 주담대 점검에 수요 몰려
주담대도 한 달 새 2조 넘게 늘어
금감원, 인터넷은행 첫 점검 나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5000억원 이상 급증하며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한 달 새 2조원 넘게 늘었는데, 금융당국이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 점검에 나서자 “막히기 전에 대출받자”는 수요가 몰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당국의 관리 대책은 강화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679조2208억원)보다 1조5912억원 늘어난 것으로, 올해 5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11월(2조3622억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의 경우 지난달에만 2조1122억원(512조8875억원→514조9997억원) 급증했다.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게시되어 있는 주담대 금리 안내문. 뉴시스

8월 주담대 급증에는 50년 만기 주담대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달 10일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언급한 뒤 일부 은행들은 스스로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잠정적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지난달 말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에 따른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실제 한도 축소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규제 도입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7월 말 8657억원에서 지난달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2조원 넘게 불었다.



8월 가계대출도 증가세가 계속된 데다 주담대 증가세 역시 꺾이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 당국은 대출 기한은 유지하되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허용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이달 4∼7일 카카오뱅크, 11∼14일 케이뱅크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인터넷전문은행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대출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