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대 60조원까지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해결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기금이란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관리하는 계정으로 ‘공공기금의 저수지’로 불린다. 다른 기금의 여유 재원을 빌려오거나 자금이 부족한 곳에 빌려주는 총괄계정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자기금 투입이 추가경정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른 기금 예탁금을 조기 회수하는 방식으로 일반적 수준을 크게 웃도는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금 여유 재원은 최대 5조원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대급 세수펑크’에도 수차례 “추경은 없다”고 밝힌 배경으로 읽힌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남은 5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8조원 부족하다. 세수펑크가 5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60조원대까지도 전망되는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세수결손을 메우는 재원은 추경을 제외하면 불용, 세계잉여금, 공자기금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10조~20조원, 세계 잉여금으로 3조~5조원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자기금을 통해서 나머지 10조∼20조원 안팎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다른 기금에 빌려준 예탁금을 중도에 상환받는 방식으로 예년 5조원을 크게 웃도는 공자기금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올해 공자기금 정부내부지출 153조4000억원의 최대 20%인 약 30조원까지는 국회 의결 없이 행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2020년 추경예산안 재원 마련 과정에서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공자기금 신규 예탁을 줄이는 방식으로 2조8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수결손에 10조∼20조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규모의 공자기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재정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자기금은 가계로 따지면 적금이나 보험과 같은 것으로, 지금 기재부는 적금을 깨는 중”이라며 “일반적인 매뉴얼이면 국채를 발행하거나 국회에서 감액 추경을 하는 게 맞는데 둘 다 여의치 않으니 미래의 안전망을 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2023∼2027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내년 적자성 채무는 792조4000억원으로 올해 예산(721조3000억원)보다 9.9% 늘어난다. 2027년에는 적자성 채무가 968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성 채무란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없거나 부족해 향후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로 ‘국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63.3%에서 올해 63.6%, 내년 66.2%, 2027년에는 68.3%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